가극단원의 눈물










가극단원의 눈물

지난 주말엔 ‘금강산 가극단’의 초청공연이 전주 삼성문화회관에서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역사적으로 처음 선보이는
공연인지라,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몹시 흥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절반이상 비어있는 객석은 공연단을 아쉽게 했다.

정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다 여중생 사망사건을 두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선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보면, 일개 공연단의 연주가 관심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북한에서 공연할 경우 입추의 여지없이 극장을
메운 관객들을 봤던 것에 비하면 홀대도 여간 홀대가 아닌 셈이었다.

이번 공연은 주식회사 지스코에서 통일부의 지원으로 서울 부산 제주 전주 등 4개 지역에서 공연을 하기로 하고
초청하였으나, 서울과 제주 공연은 취소되고 부산과 전주 2개 지역만 하고 돌아간 것이다. 연유야 알 수 없지만 부산에서도 그렇고 전주에서도 객석은
빈자리가 더 많아 국제적 공연단을 초청해놓고 홀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땅히 홍보도 충분히 해서 도민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또 단체를 섭외해서라도 많은 관객을 동원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비어있는 객석을 향해 아무리 외친들 돌아오는 몇몇의 반응이 고작이니 무안하고 더욱이 이번 공연은 ‘마음이 하나면 통일은 저절로’라는
슬로건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공연이 올려지고 단원들이 전주에 머무는 동안 이들을 경호하는 인력 또한 만만치 않은 삼엄함을 과시했다. 일반인의
접촉은 사전에 봉쇄되고 외부출입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 한 단원은 서점에 들러 책이라도 한 권 사려했지만 숙소 근처에 서점도 없었고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바람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우리 책은 가격이 비싸 구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이용하려 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 국내에 생존하고 있는 친척이 경상도에서 전주까지 공연을 보러와 기념사진이라도 찍으려 했으나 제지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은
다 이해한다며 남북의 현실을 묵묵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얼굴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공연을 마치고 커튼 콜에서는 눈시울을 적시는 단원들이 많았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들이 과연 헤어짐을
슬퍼하여 흘리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분단의 상황 때문에 감격하는 눈물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하나의 언어와 조상을 둔 한반도에서조차 아직도 울타리가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눈물이었을까? 이들이 떠나고 난 뒤 곰곰히 되씹어보는 대목이다.

류경호/ 창작극회대표 전북연극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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