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중턱을 벗어나 정상을 바라보고 가자면 고사목 지대가 나온다











지리산
중턱을 벗어나 정상을 바라보고 가자면 고사목 지대가 나온다. 아주 오래전 산불이 나 타버린 나무들이 그대로 불에
그을린 채 흉물스럽게 서있다. 처음 볼 땐 그저 이색적이다 하고 보았는데 몇 번 보니 기분이 상한다. 산림이 울창해야 할 산위에 타다만 나무 군이
서있다니 그것 자체가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민망하다.

뭐하나
제대로 못하고 그을린 모습을 가지고 무성한 나무 사이에 잘난 척 서 있는 나무 같다면 차라리 주님 말씀처럼 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시작이나 말았더라면 좋은 땅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 땅에 모두 잘났다고 소리 지르고 목을 세운다. 나 아니면
안 되고 내가 제일이란 최고 의식들이 지금 이 땅을 멍들게 한다. 내가 아니고 우리가 되고 우리가 아닌 너가 되고 저들이 되면 모두 잘 될 것이련만
이미 그 말은 상실된 지 오래다.

불타
버릴 바엔 몽땅 타서 불쏘시개가 되든지 숯더미가 된다면 흉물스럽진 않았을 텐데 타다 말았으니 그것이 문데다. 그래도
잘났다고 하늘 바라보고 뻐기며 창피한 줄도 모르고 고개를 쳐들고 있으니 모두 고개를 살래살래 내젖는다.

사사기에
보면 가시나무의 외침이 나온다. 내가 왕이 되었으니 모두 나의 부하가 되어 날 섬겨라. 가시나무는 왕위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휘두르며 강권 제왕이 된다. 권력은 섬기라고 준 것이지 누리라 준 것이 아닌데 타락한 우리 사회에선 가시나무처럼 지배하고 누리려 한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권력을 마무리 한다.

조금
있으면 대통령 선거를 한다. 우리나라엔 대통령 감이 매우 많다 좋다. 몇 명이 나와 자웅을 겨룬다는데 외침도 좋고
입담도 좋다. 그러나 국민들은 안다. 그들의 외침이 가시나무의 외침이란 것을. 그동안 속고 속아 더 속을 거야 없지만 선거 때만 돌아오면 듣기는
싫지 않다.

지금도
저 지리산의 고사목들은 눈 맞아 을씨년스럽게 서있을게다. 권력 잡았을 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듯 등산객들의 눈을 멈추게
한다. 모든 유권자들이여 이제는 속지 말고 권력을 욕심내는 자들을 잡기 전에 지리산 고사목으로 보내버리자. 그리고 겸손히 섬길 자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창남 목사<전주 성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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