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라는 말이 사라져 가는 까닭은










‘딴따라’라는 말이 사라져 가는 까닭은?

‘딴따라’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많이 사용되지 않는 말이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방송 연예인이나 연극하는
사람들 뒤에 항상 따라다니던 수식어다. 일종의 광대를 지칭하는 말로 우리 선조들의 남사당이나 꼭두, 농악, 춤, 판소리 등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을
말한다. 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환쟁이’라 불렀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온 말이다.

현대에 와서 그 의미는 많은 부분에서 변형되거나 비하하는 내용으로 바뀌었고, 또 그 장인정신과도 같은 예술혼을
부추기는 언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어렵게 생활을 꾸리던 시절 배고파야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통용되던 말들이 지금에 와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 예술이라는 사회정서와 정신문명의 변화로 말미암아 ‘딴따라’나 ‘환쟁이’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보한 채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요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각종 문화예술 직업들이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지위를 획득했다. 나라가 발전하면
할수록 문화도 선진화되며 여기에 물질적 토양도 걸어졌다. 분야도 세분화돼 현재 예술인총연합회에 가입된 단체만도 10여개가 된다. 여기에 개인 예술인과
민간단체를 포함하면 문화예술인들은 부지기수로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살림살이를 살펴보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그 질적 수준을 가늠해 보면,
타 직종에 비해 한참 쳐진다고 봐야 할 정도다. 물론 예술이라는 분야에 직업을 결부시킨다는 것도 어쩐지 어색하다. 이점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연말이면 새해의 예산이 얼마니, 국민 일인당 세금은 얼마니 하며 주판알을 굴린다. 한편으로는 불우이웃을
생각하며 자선단체의 구호와 함께 국민적 정서에 호소한다. 모두 날씨와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리라. 추우면 배가 고파지고 사람들은 움츠려 들고 낙엽이
지면 저절로 근심에 휩싸이게 되니, 아무래도 힘든 시절이어서 더욱 그런가 보다.

그렇다고 어렵지 않았던 세월은 없다. 필자도 연극인으로서 얼마간의 시간을 되짚어 보면 풍족한 때를 기억하기가
힘들다. 요즘 대선 주자들은 살펴보면 어렸을 적 형편이 가난했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나라가 궁핍하여도 집안은
부유했던 주자도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과오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대표성을 갖는 어려운 사람들의 부족한 곳을 찾아 헤아리는 심사가 깊었으면
한다.

특히 잘살아 보자던 외침에 묻혀 문화예술이라는 토양이 척박해 졌던 현실을 알았으면 한다. 가난한 ‘딴따라’나
‘환쟁이’들도 많은 세금을 내고 나라의 혜택이 그만큼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얼마나 달라지는 세상이 열릴지 기대해본다. 류경호/
창작극회 대표, 전라북도연극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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