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마당 - 공직사회의 문화 마인드










넓은 마당 - 공직사회의 문화 마인드 

 

이 인 권(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우리사회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과 가치관이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고용 신분과 노후 연금의
혜택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되었다. 그래서 하위직의 공무원 임용시험이 수 천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심지어 연봉이 훨씬 많은
대기업을 마다하고 새롭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풍조까지 나타났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가늘고 길게’란다. 이러한 풍조는 우리 사회가 IMF후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존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고용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속에서 아직까지는 민간 분야에 불어 닥치는 냉엄한 현실의 체감이
덜한 공직을 희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산업 역군들이 공직을 원하는 철학의 문제다. 민간 분야의
살벌한 경쟁력의 무게를 피해 공직을 선호하는 세태는 잠재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정체를 가져올 수가 있다. 또 문제는 국가간의 경계를 뛰어 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민간 분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상대적으로 공직사회가 ‘무난한 안식처’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국가 정책이나 사회적 풍향에 있다.

 

지식과 정보가 자산의 시대

 

사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공직사회에도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민간 분야와 같이
과거 공직사회의 수식어처럼 붙어 다녔던 무사안일이니 복지부동이니 하는 구태의연한 자세를 벗어던지고 경계를 허문 전방위 협력과 경쟁의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새롭게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의 수장들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강도 높게 순발력과 함께 경쟁력 제고를 주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중앙 부처에서는 고위공무원단과 같은 인사제도를 통해 개인의 능력과 조직의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조적으로 공직사회가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던 것은 순환보직 체계로 인해 관할영역에서 개인적 전문성을 갖추거나 전문분야와의
심도 있는 네트워킹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21세기 지식과 정보가 곧 자산과 경제력이 되는 첨예한 환경에서
공직사회는 더욱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제약된 환경은 공직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별 학습과 정보력, 그리고 벤치마킹을 통한
전략수립과 사업 발굴의 기초가 되는 ‘통합된 다양성(integrated diversity)’의 부재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선진제도 문화적 접근 절실

 

민간분야와 공직사회의 현격한 이원화를 야기한 것은 전반적으로 정부 정책을 수립 시 문화적 마인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즉 정부 관료들의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민간 부문의 정책연구자들이 외국의 제도를 지식으로만 도입을 했지 벤치마킹을 한 그
제도가 효과를 거둔 ‘문화적 토양’에 대한 심충적인 연구나 반영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공직선호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워크아웃, 그리고 공공 부문의 혁신기획단
등과 같이 많은 제도들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인 제너널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기업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그는 무엇보다 변화와 혁파(혁신의 개념을 넘는 ‘revolution’으로 설정)를 부르짖었으며 조직 워크아웃의 3단계로 '혁신추진프로그램(CAP)’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훌륭한 모범 경영사례들을 국가의 사회적 제도로 도입하는 데에는 성공을 하였지만, 중요한 것은 그 제도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국가나 기업의 문화적 토양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선진 제도들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역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도의 ‘문화적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직사회는 국가의 기간을 이루기 때문에 누구 보다 더욱 엘리트 집단이어야 하며, 국민의 리더그룹으로서
막중한 사명과 책임감, 그리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수준 높은 경쟁력과 문화 마인드가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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