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G1-055_ S04-001 문화(1622)

 

<새영화>「품행제로」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27일 개봉하는  영화  「품행제로」(제작ㆍ제공

케이엠컬쳐)는 김승진의 '스잔'과 박혜성의 '경아'가 하이틴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8

0년대 남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그 시절 한 학교에 한
두 명씩은

있었던 적당히 카리스마도 있고 무식하며 싸움도 잘하는 1~2년쯤  '꿇은'  'XX형'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품행제로」의 가장 큰 장점은 '빛나는 디테일'에 있다. 영화 속의 80년대  모

습은 당시의 학창시절을 뚝 떼서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 하다.

    나무 책상 위에 새겨놓은 낙서나 요즘은 예비군 훈련에서도 보기 힘든 '쌈치기',

책장 넘기며 만들어내는 '활동만화' 등 그 시절 학생들이 했던 장난은 사실적이고
'

한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구봉서'식의 숫자세기나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따

위의 '유치 뽕짝'인 대사도 정겹다.

    반달가방에 신발은 '나이스' 운동화, '헤어 고정제'인 '웰라폼'을 머리에  바르

고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도 옛날 그대로다.

    주먹과 '뻥'으로 문덕고등학교를 평정한 '짱' 중필(류승범)은 학교의  똘마니들

로부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다. 중필을 '전설'로 만든 것은 주먹실력과
거침

없는 말발 외에 '궁색한 변명을 수학공부보다 싫어한다'는 특유의 카리스마.

    '열라 물결치고 바람부는'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사춘기 시기에 '로라장'과  뒷

골목을 주무대로 '삥 뜯기'와 '춘화(春畵)제작'을 일삼던 중필에게  어느날  일생을

뒤바꿀 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정란여고의 모범생 민희(임은경)에게
'필'이 꽂

힌 것.

    이제 '품행제로'의 중필은 '품행방정'의 민희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피나는 노

력을 시작한다. 유명 상표 신발 빼앗아 신기, 클래식기타 배우기, 모범생과  친해지

기 등 변신과 변신 끝에 결국 중필은 민희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주먹 짱'에 예쁜 여자친구까지 거칠 것이 없던 그에게 새로운  위기가

다가온다. 바로 전학생 상만(김광일)이 하나하나 강적들을 제압하며 중필의  전설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

    한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는 법. 중필은 '지존'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상만과의 대결에 나서는데…

    영화는 주성치 영화식 황당함과 만화적 상상력으로 80년대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효과음은 과장되고 태권브이 음악에 맞춰 보여주는 중필의 모험담은
와이

어 액션으로 표현된다.

    간혹 눈에 띄는 무리한 설정이나 후반부가 다소 늘어지는 약점도 있지만 그다지

큰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재치있는 대사나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호감을 주는 편.

    "부담없이 연기했다"는 류승범은 제몸에 딱 맞는 배역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으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후 '현실 세계'에 돌아온 임은경의 연기도  무난

한 편.

     깔끔한 유머에 긴장감있는 드라마, 따뜻한 에필로그까지 감독이 이야기를   풀

어나가는 방식도 유쾌하다. 「발전소」, 「워너비」 등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조근식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보여준다.

    DJ DOC의 이하늘과 양동근 1집의 프로듀서 제이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맡았

으며 인천 숭의동과 부산 성모여고, 황학동 골목길 등에서 촬영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0분.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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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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