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 특집 - 다시 뛰는 전북, 미래 속으로 / 베이징에서 배우다











창간 4주년
특집 ‘다시 뛰는 전북, 미래 속으로’ – 北京 도시마케팅 리포트

 

‘마케팅’이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다. ‘도시’가 고도로 산업화되고 대중산업 전반을 이끄는 매개로
자리를 굳히면서 ‘마케팅’의 규모와 힘도 극대화되고 있다. 본보는 창간 4주년을 맞아 2008년 올림픽 준비로 여념 없는 북경을
찾았다. 시시각각으로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짝퉁’과의 전쟁을 불사하고 있기도 하다. 또 관광정책도 판매 위주에서 벗어나 치열한 구애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경’. 이들의 도시 마케팅 전략을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글쓰는 순서>


<상> 눈높이를
서구에 맞추다

<중> 내용보다
유혹이다

<하> 구애도
치열하게

 

#자고 나면 달라지는 도시 모습

생생한 빠르기에 열광하는 시대, 템포와 데이터의 시대, 전자정보혁명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시대, ‘성찰’은 그 주인을
잃어버렸나. 지금은 오래된 깊이보다 생생한 빠르기에 열광하는 시대다. 정보의 유통망을 따라가면 되는 세상에서 구태여
지혜의 깊이를 구하려는 태도는 시류를 외면하는 딸각발이 선비의 구태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너나없이 피상적인 교양이 과잉한 처지에서 누가 애써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흉내낼 것인가.

중국도 이미 생생한 빠르기에 편승한지 오래다. 이의 배경엔 2년 앞으로 다가온 ‘2008 북경올림픽’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어느 나라나 그랬듯 눈높이를 서구수준에 맞추고 ‘북경(北京)’을 세계적인
도시로 바꿔나가는 중이다. 이런 탓에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일컬어지던 3천년 역사도 변신의 수레바퀴 앞에선 주눅들 따름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은 도시공간
디자인. 호텔·경기장·놀이공원 등 해외관광객을 흡수하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들이 들어서고, 때문에 연일 공사소음으로 요란하다. 대로에 수십m씩 늘어선 자전거 행렬은 여전히 유효하나, 이와 함께 다양한 차량이 거리를
메우는 것도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도리어 차도가 정체되면 자동차들은 자전거 도로에 들어와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도시 미관도 중국정부가 신경 쓰는 대목. 북경정부는 의도적으로 자전거가 생존할 기반을 없애고 있다. 미관을 해친다는 명목으로 ‘자전거 주차장’을 거리 뒤편으로
몰아내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별 소용도 없는 ‘자전거 신고제’를 위해 10위안 상당이 드는 번호판을 달게 하는 것도 그런 이유들이다.

 

#생활양태 변화는 마땅한 ‘도미노’

인위적인 선진화 중심엔 국민들의 생활이나
풍속도 예외가 없다. 중국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중화인민공화국 치안관리처벌법’은 그 반증. 특히 성매매 관련조항은 수위를 대폭 높여 눈길을 끈다. 그 동안 관용을 베풀었던 외국인의 경우 성을 구입하다 적발되면 벌금에
구류형, 강제 출국까지 당할 수 있다. 중앙기관의 비준을 받아야만 집행됐던 외국인 처벌규정은 현급 지방기관이 직접 처리할 수 있게 재량권을 늘리기도
했다.

성매매 온상이던 ‘밀실형 가라오케’나 ‘안마시술소’를 개방형으로
개조한 것은 불문가지. 심지어 가정에서 키우는 개가 밤에 짖으면 200~250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 구걸행위자가
적발되면 5일 이하 구류를 살아야 하는데다, 불법 전월세 임대주도 구류와 함께 500위안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 뿐 아니다. 정보혁명 때문인지 시민들의 생활양태도 천지개벽 했다 할 정도로 바뀌었다.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것은 결혼문화. 도시 청년들이
결혼하면 자전거 대신 아파트 열쇠나 자동차 열쇠를 주고받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다. 또 리무진 수십 대를 빌려 아내가 될 이를 데려오는 문화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 모르긴 해도 이들의 옛 풍습도 용도 폐기된 공산주의 사상처럼 새로운 유행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급속한 도시화로 봄날은 가나

무엇이든 변화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 자전거가 소모품처럼 바뀌면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도 많다. 2마오(약 24원, 1위안=10마오)를 벌기 위해 공기 펌프 하나로
바람을 넣어주던 노인들이나, 거리에 진치고 자전거를 수리하던 이들, 자전거 관리로 푼돈을 받던 ‘자전거 주차장’도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무공해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사라지는 대신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 도로에 늘어나는 차량 역시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8환선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정체구간과 시간도 비례로 늘고, 출퇴근 무렵 길 위에서 한 두 시간 버리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얘기.

말이 그렇지 자전거가 사라지는 만큼 에너지
소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탓인지 유가도 장난이 아니다. 최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긋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마저
오르고 있어 머잖아 양극의 격차는 2배까지 좁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아직은 우리에 비해 2.5분의 1가격에 그친다.

중국은 현재 모든 영역에서 ‘압축 성장’의 단맛을 준비중이다. 매사 적당한 묵힘과 익힘이 필요한 법이지만, ‘200년’을
‘40년’으로 줄였다는 한국을 ‘압축
성장’의 모델에 다름 아니다. 곳곳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신도심과 구도심으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북경은 ‘화양연화(化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를 지낸 늙은 노동자의 모습 같다. 아니 젊은 ‘샤캉(下岡, 중국의 정리해고)’ 노동자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 나아가 선진화를 향해 옹골차게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한 무리의 ‘무지개 송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중편은 다음주 월요일자에 계속>

/김영애기자
young@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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