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의미














교육의 의미

전주대학교 인문대학 영미언어문화전공 교수 최희섭)

 

일전에 고려대학교의 인문학 교수님들이 인문학의 위기라고 선언한 이후 각종 매체에서 인문학의 존립 필요성 내지는 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외침이 많이 들리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초래된 이유와 원인에 대한 분석은 학자들마다
다르다. 혹자는 인문학자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사회의 변화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인문학이 위기를 맞이하게 된 이유와 원인에
대한 생각은 다르더라도 인문학이 위기라는 사실에는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동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도
인문학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인문학의 위기 또는 인문학의 종언이라는 말을 더 이상 입에 올리고 싶지 않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기에 공연히 말을 덧붙인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인문학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잡힌다. 교육이란 단어는 한자어에서 온 것으로 敎(교)라는 글자와 育(육)이라는
글자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여 “가르친다”는 말과 “기른다”는 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기르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가르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다른 말로 하면 기술이 그
대상이 된다. 요즈음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금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으므로 가르친다는 것은 금전을 획득하는 방법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적은 노력으로 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보다 많은 금전을 획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이다.

교로 가르쳐지는 것은 기능을 필요로 하는 교과목들이다. 기능을 보다 숙달함으로써
기계를 보다 능숙하게 다루고, 계산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하고, 직장이나
사회가 보다 기능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과목들이 그것이다. 언필칭 응용교과라고 하는
과목들이 교의 대상이 된다. 대학에서 응용교과가 인기를 끌고, 이에
반하여 기초학문교과는 인기가 없어지면서 교는 마치 모래밭에 성을 쌓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교의 기초를 쌓는 것이 육이다. 육은 기른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무엇을 기른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몸을 기른다는 말인가? 아니다. 일부의 기숙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몸을 기르는 것은 대부분 가정에 맡겨져 있다. 학생들이 먹고 자고
하는 일이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육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나
영혼임이 자명하다.

사람은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다. 영혼이 더 중요하다, 아니다, 육체가 더 중요하다 하는 논란을 여기에서 벌일 필요는 없다. 다만 영혼이 없는 육체가 존재할 수 없고, 육체가 없는 영혼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영혼이 없는 육체는 시체이고,
육체가 없는 영혼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영혼과 육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육체의 생존을 위한 가르침을 교라고 한다면, 영혼의
생존을 위한 기름을 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이 바로 육의 대상이다. 우리의 영혼이 보다 적은 노력으로 보다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르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물론 인문학이 육체의 편안함과 금전적 이득을
직접적으로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육체가 편안하다고 하더라도 영혼이 잘못되어 있다면, 그 육체의 삶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의 부정부패와 잘못이
병든 영혼이 깃들어 있는 육체를 지닌 사람들이 육체의 안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얼핏 보아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고, 육체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살기 좋은 사회, 모두가 어울려 사는 사회를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교를 통하여 획득한 기술로 세상을 보다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해도 육을 통하여 바른
정신을 가꾸지 못한다면 세상은 어울려 살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문학이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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