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파트 문화











건강한 아파트 문화


 

얼마 전 서울의 모 아파트 단지가 아이들의 통학 길을 막아 아이들이 5분이면 갈 길을 15-20분을 걸려 등교를 하는 뉴스를 보았다.

이유인 즉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인터뷰한 아이가 “참 이기적이예요”라는 말에 과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다.

옛날 우리나라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었다. 비오는
날 부침개 몇 장만 붙여도 그냥 넘어가질 못하고 가까운 이웃과 나눠 먹지 않고는 견디질 못했었다.

그 때는 집들마다 담장 없기가 태반이고, 있다
해도 아이들 가슴이나 달랑 말랑 할 만큼 이웃은 곧 가족과 같았다. 이웃집의 수저 몽둥이가 몇 개 인지도
다 알고 지낼 정도였다.

그러던 이웃의 관계가 아파트 문화가 들어서면서 소연한 관계로 바뀌기 시작했다. 집 현관문만 닫고 들어가면 전혀 이웃과 상관이 없는 관계의 단절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작은 이해관계로 인해 큰일들이 벌이지고, 심지어는 다툼 끝에 살인까지 저질러지는
꼴을 종종 듣는다.

층간 소음의 문제로 인한 갈등은 종종 듣듯, 아파트
문화가 안고 있는 잠재된 위기다.

옛날 같으면, 이웃집 손자가 뛰노는 모습에
같이 웃었는데 이제는 그런 여유나 이해는 기대할 수 없다. 내가 불편하면 모든 것이 악이라는 잘못된
사고는 참 많은 불행을 일으키고, 사는 것이 참 각박하다는 생각을 가져온다. 

 

그것뿐만 아니라 옆집에 사는 사람이 오래전 죽어 심하게 부패된 시체로 되기까지 모를
정도의 단절된 관계를 가져왔다.

왜 이렇게 나라가 인정머리 없이 되어 가는 것인가?

아파트 단지 안에 사는 아이들만 비밀 번호를 알려주고,
학교로 가는 길을 열어 통행 하도록 하고, 주변에 사는 아이들은 그 길을 못 다니게 하고
단지를 돌아 먼 길로, 오랜 시간을 통해 학교를 등교하게 하면서까지 부동산 가격을 생각해야 하는가?

학생회장 후보가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는 공약을 하는 나라가 세상에는 얼마나 있을까?

이웃이, 이웃의 자녀가 잘 되지 못하고 나의
가정, 나의 자녀가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문만 닫으면 모든 이웃과 단절되는 아파트 문화라 해도,
나의 마음이 언제나 이웃과 열려 있으면 여전히 아파트의 담장은 우리 아이 옆구리 밖에 안 되는 ‘이웃사촌’인 것이다. 

/이승용 목사(삼례
살아있는교회)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