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풀 1










억새풀
1

 

발 아래 숨어 우는 그대여

우리도 저리 되어야지

호호백발을 흩날리며 손을 잡고

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서로에게 기대야지

너무 바투 앉지는 말고

바람이 비집고 들어올

조그만 자리는 비워둬야지.

그저

하늘의 구름이나 쓸면서

물 위의 달빛이나 건지면서.

 

억새풀
2

 

뜨겁던 그 시절에

인연도 미련도 많았지

터지지 못한 울음이 쌓여

안으로 우는 새가 되었지

바람을 핑계로 돌아서는 그대를

바람을 핑계로 기대며.

조금 더 담담해지라고

욕심을 버리라고

그리하여 오래도록 그대가 내 곁에 머물
수 있게 하라고.

들썩이는 그대 어깨를 붙잡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대를 쫓는 마음을 붙잡는 건

또 쉬운 일이던가

억새풀 아래는 눈물이 흐른다.

 

전주천변에 나섰다. 가을이면 단풍 예쁜 줄만 알았지 억새가 저리 예쁜 줄은, 처연하게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한밤의 억새풀은 희뿌연 한숨처럼
보였다. 사랑을 잃은, 사랑에 지친, 누군가가 내뿜은 한숨이 고여 거기서 흐르는 듯했다.

스스로 흔들리기 때문에 흔들리는 사람을
기꺼이 숨겨주는 억새풀…. 누군가는 저기 숨어서 울고 있을 것만 같다.

<유대성 왱이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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