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100여 편이 넘는 작품 속에서 당선작을 추려낸다는 작업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의 수량적 측면보다도 오히려 기성작가들 못지 않게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수필은 본디 누구나,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개방적 장르이면서도 어떤 장르보다도 그만큼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이중성의 장르다. 그것은 오히려 수필의 이러한 인포멀한 무제한적 장르
성격에 기인된 것이기도 하려니와 인생을 재단하고 분석 해석하는 작가 특유의 개성적 재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응모된 작품들 모두 참으로 다양한 소재와 특이한 구성으로 심혈을 쏟은 흔적이 역력하고 문학성이 뛰어난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으면서 그중 박영란의 '나이테'와 김명옥의 '흔들리지 않는 나뭇잎', 강명자의
'옹기 항아리', 박종기의 '거시기 문화', 전화숙의 '그 곳의 소리', 황성진의 '몸살에 대하여', 김금자의 '골목길', 고재흠의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등 8편을 최종 심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가늠을 해 보았다. 그러나 당선작을 골라내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결국 심사 숙고한 끝에 최종 당선작으로 '나이테'를 선정해 보았다. 그것은 이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인생을 재단하고 해석하는 기법과 재능이 능란했고, 밀도 있는 구성으로 주제가 아름답게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작자는 벌목한
통나무를 싣고 가는 트럭을 뒤따라가면서 자신의 여권에 찍힌 지문을 연상해 내는 기법을 취했다. 그리고 나이테와 지문의 이원적 대조 속에서 재일
동포에게 지문날인을 강요하여 ‘조센징’으로 낙인찍는 일본의 이민족에 대한 적대성으로 발전해 나가는 재치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연상작용은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찍힌 '주홍글씨'의 헤스터로부터 '뿌리'의
앨릭스 헤일리로 이어지다가 종국에 가서는 거울에 비친 눈가의 잔주름에서 나이테와 관련된 인생의 의미와 철학을 이끌어냈다. 이는 마치 단순한 햇빛을
프리즘에 투과시켜 영롱한 일곱 빛깔의 무지개로 해석해내는 프리즘만의 독자적 기능이나 재능과 같다고 할 수가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단순한 일기나
신변잡기 같은 차원에 그치지 아니하고 인생을 분석하고 해석해내는 여러 문학적 요소들을 두루 잘 갖추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작품에 열중하여 연찬을 거듭한다면 좋은 작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는 심사대상에 오른 여타의 다른 작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이번 심사대상에 오른 여러 작품들 모두 당선작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했다는
점도 아울러 밝혀둔다.

 

심사자 
전 일 환(문학박사, 수필가,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 한국언어문학전공 교수, 북경어언문화대학 한국어과 초빙교수)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