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주지 도법스님 인터뷰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 인터뷰

1995년 실상사 29대 주지로 부임한 도법스님(54·속명 홍익진)은 일찍부터 실상사의 역사성에
주목, 옛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주변경지를 매입하는 ‘땅 한 평 사기운동’을 전개하는 등 실상사 복원토대를 마련했다.

도법스님은 “실상사의 초기유구는 초기 선종사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부분발굴은 전혀 의미가 없다”면서 “사찰쪽에서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발굴을 요청하는 것은 유래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굴을 요청하게 된 계기는.

“전부터 실상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특히 주변에
방치돼 있는 유구들이 주목을 끌었다. 그러다 보광전의 기단부를 보고 이 절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때부터 주변경지를 매입하기
시작했고, 남원시에 종합발굴 필요성을 전달했다.”

-현재까지 7년째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맞다. 아무래도 많은 예산이 들어간 만큼 문화재감이
출토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화재당국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발굴사업을 중단하려고 하는데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다. 완제품으로서의
문화재감이 중요한 것은 아닌데, 정말 아쉬움이 많다.”

-실상사의 문화적 가치라면.

“선불교의 최초 가람이라는 점이다. 통일신라말 국가와
국교인 불교가 혼란을 겪고 있을 때, 새로운 불교를 열어보자는 운동차원에서 선종사상운동이 일었다. 이때 선종사상을 주도했던 최초의 사찰이 바로
실상사다. 선종사찰에 대한 발굴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유구발굴의 의미는.

“초기 선종역사의 내용을 분명히 확인해, 전통을 계승하고
재창조한다는 의미가 있다. 실상사의 초기 유구를 확인하게 되면 선종사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대부분 지역이 원형도 밝히지
못한 채 심하게 훼손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다행스럽게도 실상사는 유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도 부분발굴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운영중인 사찰에서 발굴요청은 드문 경우인데.

“맞다. 스님들의 역사의식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발굴에 협조하는 것은 아직까지 유래없는 일이다. 하지만 실상사의 역사를 회복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제대로 작업들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 남원시나 문화재청의 무관심이 가장 어려운 대목이었다. ‘구걸하면 마치 시혜나 베풀듯이 다뤄지는 것’을 보고 절망감이
들 때도 많았다. 어찌됐건 이제 시작됐으니까, 제대로 발굴하고 복원계획들이 세워졌으면 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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