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9> 사랑의 마술사 ‘샤갈’










<그림에세이 9> 사랑의 마술사 ‘샤갈’

장춘실(진안주천중교사)

창 너머로 가난한 거리가 보인다. 창밑에는 낡은 테이블과 의자 하나, 오른 쪽
슬쩍 보이는 침상의 일부. 아무리 뜯어봐도 가난뱅이 오두막이 분명하다. 1915년 러시아의 비테프스크 유태인 마을, 동네 어물창고를 지키며 아홉
남매를 거둔 샤갈의 부친은 아들의 금의환향을 믿을 수 없었다.

베를린에서의 첫 개인전과 그해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시회의 성공은 그를 무명의
몽상가에서 기대할만한 화가로 바꿔놓았지만 여전히 오두막은 그대로였다. 더구나 일년전에 발발한 전쟁은 장래를 위협하는 최대의 장애물이었다. 전쟁의
암울한 분위기는 이 유태인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갈은 행운아였다. 아니 사랑의 마술사였다. 영원한 연인 벨라를 얻은 것이다.
첫눈에 반한 샤갈은 막무가내 벨라를 따라다녔다. 부유한 가정의 숙녀 벨라는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샤갈의 열정에 굴복 부친의 눈을 피해 연인을 만나곤
했다.

“똑똑”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몽상에서 깨어난 샤갈, 고개를
내밀자 뜻밖의 손님이다. 꽃다발과 음식꾸러미를 든 벨라. 가족들 몰래 생일 케잌??구워 목에 둘렀던 스카프로 감싸 안고 찾아온 것이다. 샤갈은
환호를 너머 감격해 그림 속 남자가 됐다. 때묻은 탁자는 케잌??펼쳐놓자 훌륭한 식탁이 됐다. 연인의 어깨를 감쌌던 숄은 벽에 드리웠다. 구석을
뒤져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천 조각을 찾아 창턱을 장식했다. 이제 더 이상 초라한 오두막이 아니다.

1915년 자신의 스물 여덟 생일을 그린 이 작품은 대단히 아름답다. 사랑의 황홀경에
빠진 두 연인. 손에 든 꽃다발과 탁자 위의 케잌??생일임을 암시하고, 검은 드레스와 우아한 흰 레이스 장식은 벨라의 신분을 드러낸다. 기우뚱한
오른발과 바닥에서 뜬 왼발은 허공으로 솟은 남자의 곡예와 균형을 이루며 사랑의 절정을 표현하고 있다. 바닥의 붉은 카펫은 화면에 활기를 넘치게
하며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생일축하가 있은 열흘 뒤 결혼식을 올림으로 아내와 비평가를 동시에 얻은 샤갈은 행복한 남자가 되었다. 이 무렵에 제작된 작품 ‘전원의 창’ ‘산책’ ‘잔을 든 이중 초상’에는 그들의 결혼생활이 잘 드러나 있다. 창가에 나란히 선 남녀, 남자의 손끝을 잡고 허공을 나는 여자, 여자의 어깨 위에 올라 앉아 축배를 드는 남자는 벨라와
샤갈이다. 그들은 너무나 행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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