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애 2 – 임실 느티마을 목장을 가다











주말애 2 – 임실 느티마을 감성 스케치

 

풀썰매 타보신 적 있으세요?

눈썰매·물썰매·모래썰매는 타봤는데, 풀썰맨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털털대는 경운기 타고 시골길을 달려서 풀썰매 타는 기분, 정말 대단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타는 기분요?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갑자기 ‘어린 왕자’가 생각납니다.

그는 죽기 전에 “내 몸은 버려야 할 낡은 껍데기 같은 거야. 껍데기를
버린다고 슬퍼할 건 없어”라고 작별인사를 읊조리죠. 생텍쥐페리는 “어른들도
처음에는 누구나 어린이였으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이 많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나이테를 벗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누구나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최초로 진지하게 학습했던 것은 갈라지고 맺어지며 끝없이 뻗어나가는 들길이었습니다. 아니 들길이라기보다 논두렁길이 맞겠지요. 마을에서 초등학교까진 가장 빠른 논두렁길로 2킬로미터. 처음 어머니는 빠른 길을
학습시켰지만, 길에 익숙해지고 나서부터 매양 등굣길을 이리저리 바꾸어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므로 등굣길은 마음먹기 따라 2킬로미터가 되기도 하고
3킬로미터, 또는 4킬로미터가 되기도 했지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그 들길은 다채로운 시행착오의 경험과 상상력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기차도 비행기도 상상력을 주기는 마찬가지였지요.

이날 손님이었던 전주 샘솟는 교회 인도목장 회원들은 기차를 타고 왔답니다. 백미경씨(36·전주시 인후동)의 주도아래 조경자·이은미·임균자·윤복순·한미란씨 등 여섯 가족이 참여했지요. 5살배기부터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있었는데요. 기차와 경운기 탄 것을 자랑 삼아 말하더군요. 그 중 이하람이라는 아이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똑똑하기도
말로 다 못합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다 해서 사람들을 또 한번 놀라게 했지요.

다시 생텍쥐페리 얘길 해볼까요.

1944년 7월31일 오전 8시45분, P38 라이트닝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정찰비행에
나섰던 그는 끝내 귀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난 일이지요. 확인되지 않은 ‘죽음’은
그에게 ‘영생’을 선물합니다. 어쩌면 그가 어느 별에선가 밤마다 등불을 붙여, 지구인들에게 별빛으로 인사하는
‘점등인’으로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사람들은 꿈꾼답니다.

요즘 달, 무척 밝지요.

창 밖에선 자귀나무 작은 잎들 포개어 눕고, 창 너머엔 무리진 달맞이꽃 사이로
둥근 달이 노랗게 지고…. 국화봉 아래 자리한 임실 느티마을도 그쯤이면 사위가 어두울 것입니다. 혹 숲 한가운데는 천년을 산다는 거북이 한 마리 살고
있을지 모르고요. 그래서 시간보다 빨리 흐르는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을지 압니까?

삶은 길을 따라 흐릅니다.

시간도 그렇지요. 오늘의 문화구조는 들길이든 신작로든 철길이든 간에 보다 더 빨리
가는 자와 보다 뒤쳐진 자를 품고 있을 뿐입니다. 초등학생조차 길가의 꽃이나 미루나무는 볼 겨를도 볼 필요도 없어진 것이지요.

그뿐 아닙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 많으니 들동네 사는 아이들조차 등굣길의 시행착오는 경험하지 않지요. 세계가 가르쳐주는 대로 가장 빠른 직진의 길을 재빨리 간파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입니다. 기능성과 효율성은요? 교과학습으로
높아지는 게 아니라 생존의 본능 때문에 높아지잖아요.

풀썰매 타는 데도 길이 있답니다.

야트막한 곳은 유아들 전용이고요. 경사가 급한 곳은 숙련된 아이들 또는 성인들의
길입니다. 반들반들하게 윤이 난 길은 맺어지고 갈라지는 것 또한 들길처럼 아기자기해서, 시행착오도 있고 상상력을 주기에 충분하지요. 들꽃이며 매미소리도
지루함을 잊게 합니다. 홀연히 인간의 대지를 떠난 생텍쥐페리가 이 모양 보고 뭐라 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려.

 

글=김영애기자 / 사진=이상근기자 / 도움=김상철 치즈연구소 소장 / 안내=김인숙
임실군 공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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