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TV 드라마에 거는 기대










2003년 TV 드라마에 거는 기대

전체 인구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면서 노인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쾌한 노년”을 비롯한 노년의 새로운 인생탐구에 관한 책들이 지난해
서점 가를 달구었다고 한다. “죽어도 좋아”라는 노인들의 애정문제를
다룬 영화가 영화평론가들의 논쟁점이 되기도 했다.

TV 드라마에서 노년에 대한 기대와 꿈을 진솔하게 그린 작품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방영된 SBS-TV 창사 특집극 ‘그대는 이 세상’ (이금림 극본, 이종환
연출)은 노년의 좌절과 희망을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게 그려 낸 수작으로 꼽힌다.

컴퓨터 인쇄시대에 식자판인쇄를 고집하며 작은 인쇄소를 꾸려 가는 아버지(신구)는
앞서가는 시대에 자신의 속도를 억지로 맞추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일해 온 방식대로 책을 만드는 작업에 자부심을 갖지만 세상은 그에게 더 이상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

말없이 자신의 방식에 맞추어 주던 아내(나문희 분)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는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한다. 고집도 의욕도 모두 상실한 아버지가 자식들은 부담스럽기만 하고 아버지의 홀로 서기는 벅차기만 하다. 탐탁하지 않은
딸의 결혼으로 인해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었던 사위(김갑수 분)는 장인에게 잃어버린 식자인쇄의 일을 찾아줌으로써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를 얻게
해준다.

‘내 사랑 누굴까?’는 일상적으로 늙음을
맞이하는 노인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색채의 작품이다. 불륜과 복수 등 비인간적인 관계를 그리는 최근 드라마의 풍토와는
달리 이 작품은  넉넉하고 너그러운 가족들의 따뜻한 가족애를
그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이 인기를 누린 또 다른 이유는 가부장적 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내면화하고 있는 우리의 가족 정서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아직도 서열화 되어 있는 우리의 가족사회는 예와 효를 당연한 미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9일 종영된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히 여성에 대한 담론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노처녀는 “문제가 있는 여자”이고, 버릇없는 신세대
며느리는 “길들여야 하는 망아지”인 것이다. 결국 이들이 남성이 지배하는 가족 질서
속에 들어가는 것이 ‘내 사랑 누굴까?’가
제기했던 극적 해결이다. 이 가족 질서를 관장하는 이는 할머니(여운계 분)와 할아버지(이순재 분)이다. 할아버지는
모든 질서의 근간이고, 할머니는 그를 대신해서 가족질서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가사 일은 물론, 손자며느리들의 외출까지도 할머니가 통제한다. 할머니가
손자며느리들에게 원하는 것은 집안 남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시할머니와 손자며느리의 이러한 관계가 정말로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 현실성이
없는 내용을 전개시키려다 보니 드라마는 현란한 대사놀이와 쉴새 없이 먹고 마시는 먹자판이 되어버렸다. 결국 유한계층들의 과장된 여유와 생활은 서민들에게
심한 자괴감과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

2003년은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우리 모두 기대한다. 노인과 젊은이,
여성과 남성,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이 서로를 향해 열린 가슴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해야만 진정한 국민대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에
앞장서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드라마가 새해에는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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