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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의 '하나됨을 위하여'

장춘실(진안주천중학교사)

아무래도 올해 최고의 화두는 '북핵'일 것 같다. 연일 밀고 당기는 북한과 미국을
보면 예사일이 아니다. 이 골칫거리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당선자만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세계의 근심거리가 됐다. 우리 모두 한가롭게 새해맞이 덕담이나
나눌 때가 아니지 싶다. 이 땅에 사는 누구도 '남북분단'에서 불거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말이다.

그동안 민족분단과 갈등의 문제를 풀어가는데 앞장 선 이가 여럿이지만 화가 임옥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년간 열렸던 열한 차례 개인전을 살피면 그의 미술작업과 의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임옥상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시대에 철저히 반응한 화가이다. 그는 민족과 역사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이다.

88년도 가나화랑에서 열린 '아프리카 현대사 전'은 화단에 충격을 준 전시였다.
거대한 화폭에 끝없이 펼져진 검은 대륙의 현실은 한국의 정치사와 맞물려 시중의 화제가 되었다. 당연히 관람자들과 평론가 모두 할 말이 많았던 전시였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1989년 봄 문익환 목사의 방북사건이 터지고 온
나라가 갑론을박 끓어오를 때 그는 작업실에서 밤을 세웠다. 그 결과 걸작 '하나됨을 위하여'가 태어난 것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철책선을 한
남자가 뛰어 넘는다. 화면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가시철조망. 사내는 제 키만큼 높은 그 장벽을 지금 막 넘으려 한다. 신발 바닥이 보이도록 높이
솟아오른 왼발. 불끈 쥔 두 주먹과 앙다문 입술이 그의 각오를 보여준다면 바람에 날리는 두루마기 자락과 옷고름은 인물의 역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철조망 아래로 피어있은 분홍 진달래꽃. 두어 포기 진달래가 간직한 상징과 서정성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화가는 사실적인 표현과 선명한
주제의 전달로 역사적 사건을 형상화했다. 한지에 먹과 아크릴릭을 쓰고, 부조의 기법을 사용 리얼리티를 살림과 동시에 자신의 역사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촛불시위와 미국의 반응, 정부의 긴박한 상황을 보면서 다시금 문목사의
방북사건과 이 그림을 떠올린다. 선한 전쟁이란 없다. 전쟁은 악이고 재앙이다. 민족의 과제를 고민할 때가 지금인 것 같다.

 

사진설명 : 임옥상의 ‘하나됨을 위하여’ 1989년작 (257.5x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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