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도시마케팅 리포트 <중> - ‘내용’보다 ‘유혹’이다










북경 도시마케팅 리포트 <중> - ‘내용’보다
‘유혹’이다

 

북경에는 산이 없다. 산이 없으니 당연히 강도 없다. 아마 강을 끼지 않은 수도는
북경이 유일할 것이다. 기후조건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봄에는 황사로 온통 모래투성이다. 그럼에도 북경은 역대
왕조의 수도였고, 지금도 수도다. 아직까지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 없다.

볼거리는 어떤가. 만리장성·자금성·이화원·천안문광장 등 그 유명세는 요란하나, 과잉 포장된 감이 없잖다. 세련미나 미학적 가치가 느껴지지 않음은 물론인데다 내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개발 지상주의의
산물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럼에도 만리장성은 늘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넘쳐 난다. 특히 북경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약 7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팔달령’은 비좁은 통로를 아귀다툼하며 통과해야 함에도 덩치 큰 서양인들도 고행을 무릅쓴다. 그 뿐인가. 영화
‘마지막 황제’, 특히 자금성에서 자전거를 타던 ‘푸이(溥儀)’의 모습은 20여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세계인들을 ‘자금성’으로
유인하는 데 유효하다.

세계인들은 왜 ‘북경’을 주목하는가. 급부상하는 중국의 영향력도 메리트로
작용하나 이의 이면에 바로 도시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국적인 기질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일에 익숙했는지
모른다.

북경올림픽 개막식 일정을 2008년 8월8일 밤 8시로 잡은 것만 해도 그렇다.
‘8이라는 숫자를 상서롭게 여긴다’는 자신들의 문화를
어김없이 세계인들에 각인시키는 것과 한가지임은 물론이다. 이 역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올림픽을 준비하는 ‘북경’은 특정민족에 초점을 맞추는 타깃 마케팅으로 ‘예고편 전략’을
철저히 고수한다. 몇 해 전만 해도 파는 데 주력했으나 이젠 알리는 게 전부다. 또 식당 서비스, 호텔에서의 신속한
대응도 비교할 수 없게 달라졌다. “메이요(없다)!”면
끝이었는데, 지금은 고객을 도우려는 자세가 확고하다. 중국이 엄청 변한 것을 실감한다.

 

#한국관광객은 최고
고객인가

한국 관광객에 대한 배려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조선족의
활동. 일 예로 북경정부가 차를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찻집 ‘차박사’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20여명의 조선족 여성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선족 박철화씨(22)는 “구입에
대한 부담은 절대 갖지 말라”고 못부터 박는다. 이후 오롱차·동방미인차·전칠화(꽃송이) 등 4종류의 차를 시음까지 안내하는데 20여분. 그럼에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예전엔 판매가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홍보를 위한 전략으로 탈바꿈하면서 변모했다는 게 가이드의 귀띔.

식당에 가도 변화는 금세 느낄 수 있다.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음식의
변화. 기름지지 않고 향초를 사용하지 않아 입맛에 딱 맞는다. 특히 김치는 도리어 국내 식당보다 맛이 훨씬 좋다.

소수민족 복장의 아가씨가 옆에서 시중을 드는 것도 인상적인 대목. 잔만 비면 재빨리
물을 따르는 등 말하자면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답차원에서 우리 돈으로 적게는 1천원에서 1만원까지 팁을 주는 일은 예사. 중국인들의 하루
소득이 우리 돈으로 3천원~5천원 정도로 친다면 팁의 소득은 짭짤한 편이다. 그런 연유인지 한국인들에 대한 서비스가 유난하다.

 

#왜곡된 상술은 공공연한
비밀

일요일 천안문 광장은 중국인들과 관광객 인파로 북적댄다.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 구경을 마치면 의례적으로 안내하는 곳이 광장 끝의
‘동인당’. 청나라때 궁에서 쓸 약을 조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곳은 ‘공짜진맥’이라는 점 때문에 매일같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사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나 있는 상태. 요즘엔 한국 한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통에 한국인 관광객들은 꺼리고 있다.

즉석에서 진맥하고 약을 조제해주는데 한달치 약값은 우리 돈으로 20만~30만원
정도. 겁주고 약을 파는 상술에 다름 아니다. 옆에서는 약식 안마로 부수익도 쏠쏠하게 챙긴다.

공짜 발 마사지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곳도 있다. 이곳 역시 중국 한약을 파는 곳이
대부분. 정부당국에서 운영하는 ‘건강원’으로, 매출과 무관하고 약의 광고차원이라는 수법은 똑
같다.

외양을 번듯하게 갖춘 호텔도 상황은 비슷하다. 새 건물이어서 아직 페인트 냄새가
가시지 않았으나, 보일러 가동은 11월 중순이 넘어야 가능하다니 내실의 열악함을 여실하게 증명해준다.

‘북경 올림픽’으로 세계인을 유인하기 위해 고도의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는 북경. 이들이 보여준 ‘예고편 전략’은 ‘내실’보다
‘외형’에 치우쳐 있음을 확인하고도 남음이 있다.

내실을 제대로 챙길 수 없을 때는 삶의 전부가 오직 양의 문제로 환원되기 마련이다. 이 환원주의가 다름아닌 개발 지상주의의 경제 논리며, 이 점에서 근대화 프로젝트나 세계화·정보화도 같은 궤를 탄다. 이런 와중에서
벌이는 북경의 근대화도 개발 지상주의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김영애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