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길 8>전주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사진 김미순폴더)












<함께가는 길 8>외국인며느리 통역자로 나선 외국인며느리들(사진 김미순 폴더)

 

중국에서 시집온 호효단씨(33). 한국땅을 처음 밟았을 때의 어색함과 막막함이 어느덧 7년전 일이다.

7살 배기 아이의 엄마인 그는 지난해 6월부터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여성의 상담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시집왔을 때 우선 말과 글이 안 통하니 답답했죠. 한국음식, 문화 모든 걸 새롭게 배우고 익히느라 진땀 났어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지만 한국생활 선배로, 주부로 새내기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뻐요.”

늦은 나이에 한국에 오게 된 미에르다씨(45‧필리핀)는 영어통역사다. 아시아이주여성센터의 유치부, 초등생 영어교사로
일하며 최근에는 대학교수의 영어과외도 맡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내 나라 언어로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도 되고 살림도 보탤
수 있어 좋아요. 무엇보다 딸아이가 엄마가 일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거든요.”

미에르다씨는 아직 이곳 생활과 말이 익숙지 않아 세세한 표현은 서투르지만, 오히려
통역을 하면서 한국말이 더 늘었다고.

지난해 개명을 한 이가연씨(40‧레 미뚜 앤)는 한국생활 13년인
베테랑 주부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와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아시아이주여성센터와
인연을 맺은 뒤 베트남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통역 일을 맡아 왔다. 통역사 중에서는 맏언니격.

이씨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했다. 

“베트남은 대통령을 뽑을 때 시민들은 참여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직접 참여할 수 있어 나도 특별한 존재이구나, 진짜 한국인이구나
싶었죠. 많은 이주여성들이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도 사회
구성인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길 바래요.”

아시아이주여성센터에서 활동하는 상담통역사는 10여명. 하루 3,5건, 많게는 10여건에 이르는 이주여성의 상담 통역을 맡고 있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이자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이주여성이기에 상담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 센터에서는 공감대 넓은 이주여성들이 직접
사업의 일부분을 담당해주니 사업의 현실성이 높아지고, 이들에겐 정직원으로
일자리를 제공해주니 1석 2조의 효과인 셈이다.

전문용어를 표현하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데 이곳에서 일하면서
육아, 살림노하우 등의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여느 직장여성과 다를 바 없다. 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누그러진 점도 반가운 일.
이방인이 아닌 ‘한식구’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이주여성센터가 전주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민간
위탁하면서 이들도 더욱 바빠졌다. 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속 직원이지만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재가방문서비스와
한국어교육 활동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란 사무국장은 “이들 통역사 도움 없이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실제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주 여성들이라는 점은 센터 사업에 있어 정책적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들은 한국과 이주여성들의 소통 중심에 있다. 지난해 발간한 ‘이주여성의료통역가이드북’은 그의 첫 성과물. 수
개월 동안 번역과 교정을 반복하며 완성, 전북권은 물론
각 지역 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한편, 전주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오는 27일께 개소식을 갖고 본격 업무에 들어간다. /김미순기자 zzang@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