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흉악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화성연쇄살인사건 등과 같이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도 많이 남았으며, 아동이나 여성 등의 약자에 대한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려 조속하고 정확한 사건 해결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조속한 사건 해결을 도와야 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는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유괴·납치, 3시간, 24시간 가장 중요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아동의 약취·유인 등의 범죄는 사건 발생 후 3시간 이내와 24시간 이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3시간 이내에 아동의 살해 위험이 가장 높고, 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24시간 이내 살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괴 등의 사건이 발생할 경우 과학적이고 정확한 증거 확보가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과수가 있어 증거분석 및 부검부터 유전자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과학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2007년 국과수의 감정유형별 처리 현황은 총 22만4589건에 이르며, 이중 유전자 분석이 5만2309건, 사체에 대한 부검감정이 3576건에 이른다.

최근 국과수는 개소53주년을 맞아 ‘과학수사를 선도하는 신뢰의 국과수’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국과수의 장기발전방향 제시 및 감정역량의 집중을 목표로 내세우는 한편 5개년 계획을 통해 새로운 검사장비의 구입 및 검사 인력난 해소에 힘쓸 예정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년 발생했던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및 강화 군 총기 탈취 살인사건 등을 해결한 바와 같이 증거분석을 통한 과학적 수사 활동에 기여하기 위해 감정지연율 감소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280명으로 22만건 감정 '업무과중'

최근 미국드라마 열풍이 불면서 과학수사대인 ‘CSI’의 인기가 유행을 이끌 정도였지만 현실적인 과학수사의 어려움 사이에 많은 괴리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드라마 CSI에서는 증거분석 및 현장 감식만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이 없었지만 실제 범죄가 일어나면 용의자를 체포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 이는 우리나라도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법의학을 전공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국과수는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북대학교 법의학연구소 곽정식 교수는 “평생 법의학을 공부하고 법의학자로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억울한 사람의 무죄를 입증했을 때”라며 범죄 해결에 기여하는 법의학의 사회적 외면에 아쉬움을 표현한다.

곽 교수는 또 법의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연구 여건이 마련되기만 한다면 더 많은 범죄 예방은 물론 범죄로부터 더 많은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사회에서 법의학자로 살아가는 고충을 설명한다.

또 한 범죄 심리 전문가는 “과학적 수사라는 말은 많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는 과학적 수사를 위한 뒷받침이 미약하다”며 국과수의 감정률 향상이 범죄 해결의 단서가 될 수 있다며 20만건이 넘는 증거 분석 등의 작업을 본소와 분소를 합쳐 280명의 인원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충고한다.

국과수 전체 인력을 늘려야 함은 물론 국과수 인력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 검·경찰 알력다툼 없애야

인력난 외에 예산 확보 및 검시법 제정을 통한 법적인 뒷받침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는 범죄를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과수의 발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국과수 관계자는 “매년 국과수의 감정건수 당 감정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가 기관으로서 운영되기 때문에 예산 차원에서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감정 지연율을 최대한 낮춰 빠른 감정을 통한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겠다고밝혔다.

검시법을 통한 법적 지원도 시급한 과제다. 곽정식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각국의 검시법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특별한 검시법이 없는 상태”라며 검시법 확립을 통한 안정적인 발전의 중요성을 말한다.

곽 교수는 이어 “법의학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법의학 양성에 대한 후원이 절실하다”며 미국의 경우 사체에 대한 부검여부는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법으로 명문화돼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곽정식 교수는 "법의학자의 의학적 판단이 아닌 검찰과 경찰에서 주관하고 판단하기 위한 알력 다툼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밝혀, 국과수의 발전을 위한 정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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