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월이네요. 마치 사모한 사람에게 안녕하듯 겨울에게 작별인사 해보시지요. 겨울이벌써 그리워질 것입니다.

지나면 다 아쉽고 아름다운 나날, 지나서깨닫기 전에 오늘을 힘껏 끌어안는 게 중요하겠지요.”‘소家미소’ 대표 박종성씨(40). 불혹에 사업 유혹을 느낀 박 대표는 청소년기부터 초지일관해왔던 ‘호텔리어’를 버리고 지난해 11월 전주 노동부청사 근처에 도내 최초 ‘수입소고기 식당’을 내고 만다.

이는 20여 년 투자해왔던 꿈을 폐기시키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나 모두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 동안 쌓였던 ‘서비스노하우’는 경영 밑천이 돼준 셈. 말하자면 호텔식서비스가 ‘동네 식당(?)’에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정성들인 사랑에는 가슴 뭉클해지기 마련 아닌가요. 환영인사는물론이고 좌석안내, 직접 방석까지 빼주니까 이상하다며 손님들이 막 웃어요.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나마 빠른 시간에 안정권으로 접어든것이 다 그런 연유겠지요.” (웃음)그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손님들도 이제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역시 ‘손님은 모두 평등하다’는 경영철학을 고집한다.

창업한지 겨우 4개월 남짓이나 이미 ‘소가미소’는 ‘박가미소(?)’로 바뀌었고, 제법 단골까지 확보하게 된 이유들이다.

그렇다고 죄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일단 ‘소고기는비싸다’는 편견이 가장 큰 문제였고, ‘수입소고기’에대한 좋잖은 이미지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를 넘어서는 데는 ‘손님은 왕’이라는일관된 서비스가 큰 몫을 해줬다.

“삶은 정성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호텔리어 생활 중 절실한 깨우침이었지요. 뭐든 자신을 다 걸어야보람 있음도 그렇고요. 필사적으로노력하다 보면 지혜롭게 행동하다 보면 사업운이 트일 거라 믿었어요.”경영감각도 탁월한 수준이다.

소고기가 주 메뉴이나 미끼상품으로 삼겹살·냉면 등을 준비했다.

저렴한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도 그가 심사 숙고한 전략. 특히 3천500원 냉면 가격은 두고 두고 잘한 일로 꼽는다.

“사람이 됐든 일이 됐든 워낙 인연만큼은 마음대로 안됩니다.

그저 바람결에 놔두는 게 최선이지요. 사업이란 말하자면 그 때문에고도의 전략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감정에만 한없이 휘둘리면 어김없이 실패하고 말아요. 냉철하게 환경을 따져보는 눈이 중요하지요.”따지고 보면 그는 타고난 서비스맨이었다.

고교시절 서비스업이 90%이상을 차지했던 적성검사 결과는 그 반증. 당시 뜻도 모른 채꿈을 키워갔다.

그러다 호텔경영학을 선택하면서 구체적으로 진로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입대 전 63빌딩에서 근무했던 게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요. 제대한 뒤 코아호텔에 입사하면서부터는 진짜 꿈이 이뤄진 것이고요. 무엇보다사람 만나는 게 좋았어요. 제가 보여준 서비스를 통해 흐뭇해하면 그게 또 기뻤고요.”군산에서 태어난 그에게 ‘항구’는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었다.

틈만 나면항구로 쫓아가 드나드는 배며 외지인들을 구경했다.

그가 호텔리어를거쳐 어엿한 사장으로 변모한 것은 어쩌면 ‘항구’를 통해 익혀뒀던 세상에 대한 남다른 안목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시련을 겪고 나야 비로소 인생이 풍요로워진다고했던가. 늘미소를 잃지 않고 타인을 배려해야 했던 호텔리어로서의 시련은 박 대표의 인생을 값지게 했을 것이다.

“고난을 향한 도전은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위대한 기회가 될 거”라는달라이 라마의 말이 곱씹어지는 아침이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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