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 옷을 입은 광대나물  꽃이 많아 어떤 꽃부터 봐야할지 아름다운 고민에 빠질 수 있는 계절이다.

어떤 이는 이름도 고상한 얼레지와 현호색을 만나러 가고,좀 더 학구적인 분들은 깽깽이풀 군락지를 은밀하게 보고오고, 좀 더 극성 마니아들은 멀리 동강에서 동강할미꽃을 만나겠다고하여 오밤중에 떠났고, 힘들여 피운 꽃의 꽃수만큼 몰려든 팬들에게 인사나누기 바쁜 왕벚나무는 단연 인기 최고의 꽃나무이지만 일주일을 못 버티고 다른 꽃들에게 자리를 내준다.

그 중에서도 아직 농사하기 전이라 갈아엎지 않은 밭이나 과수원에서 무리지어 피어있는 광대나물은 그 어느 꽃보다 수가 많고 생김이 정교하다.

인간의 입장에서 ‘목적 하는 작물 이외의 식물’ ‘원치 않는 식물’ ‘없어야 도움이 되는 식물’을 잡초라하여 뽑아버리거나 제초제를 써서 없애 버려야 하는 식물 명단에 속해있다.

 잡초 취급을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 이긴 하나 확대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고등식물군에 속한 난초꽃처럼 정교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광대나물의 꽃이 입술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순형화(脣形花)라하여 순형과 식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제비새끼들이 목을 길게 늘이고 어미를 기다리는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하고 목이긴 여인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긴 입술로 벌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랫입술에는 벌레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공중부양 중인 벌이 무늬를 보고 꽃을 찾아든다.

특히 아랫입술이 넓어 벌이 찾아드는데 지장이 없게 되어 있다.

벌이 아랫입술에 착륙해보면 꽃안쪽을 향해 몇 가닥의 선이 그어져있는데 이것이 벌을 꿀속으로 이끄는 도로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수정이 이루어지는데, 벌들의 활동이 적어지는 여름에는 광대나물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단단히 닫아버리고 잎 아랫부분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폐쇄화(閉鎖花) 피워 꽃봉오리 상태에서 자가수분을 해서 씨앗을 맺는다.

   꽃이 광대가 입은 옷처럼 보인다하여 광대나물, 코딱지에 피가 묻어나오는 모양을 한다고 코딱지나물이란익살스런 이름이 붙기도 하고, 잎모양이 탑의 보개처럼 보여 보개초(寶蓋草), 접골초, 진주연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귀염성 있는 어릿광대의 옷처럼 보이는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이 더 정겨워 보인다.

 이른 봄 꽃피기 전의 어린순을 나물로 먹었고, 민간에서는 전초를 여름에 채취하여 토혈 . 코피를 멈추는데 사용해왔다.

 앞을 다퉈 피고 있는 봄꽃감상에 있어 눈높이를 조금 낮춰서 아래를 보라. 어릿광대들이 돌탑의 보개 위에서 여러분을 즐겁게 하기위해 겨우내 준비 했던 공연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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