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오는 거리, 차가운 빗줄기 속에서 임신한 채 몸을 파는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굶주림에 못 이겨 길거리로나선 그녀에게는 다섯 살 난 딸과 늙은 어머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한 남자를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함께 동거를 하게 되지요. 그 남자가 바로 빈센트반 고흐입니다.

고흐는 모든 어려움을 견디면서도 그녀를 도우려 했지요. 저는 고흐의 그림 중에 ‘감자 먹는 사람들’을 제일 좋아합니다.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희미한 등불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감자를 먹고 있지요. 달력에서그림을 오려 방에 걸어 두기도 할 만큼 그 그림에 크게 감동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가 그린 사람의 얼굴에는 인간의 순수함과 순박함, 그리고 성령의은총이 가득하지요. 고흐는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깊은 절망에서 희망을,그리고 삶을 그려 내곤 했습니다.

또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어떤가요. 고흐는 고갱과의불화 끝에 자신의 귀를 잘라버릴 정도로 피해망상에 시달리기도 하였으나 이후 1889년 ‘별이빛나는 밤’ 2점을 멋지게 그려냈지요. 오히려그는 삶과 죽음을 명상하며 별을 투명하게 그려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그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그림 속에 진정한 삶이 배이기를 꿈꾸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슬픔을 사랑하고 그 슬픔이 투명해질 때까지 바닥에 닿았다가 정제된 소금 같은 희망을 건져 올립니다.

그는 또 교회 탑 옆 무덤들의십자가를 그리며 덧없이 살다가 죽음에 이르는 허무함을 그리기도 하였지요. 고흐에 대한 생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풍요롭습니다.

많은 사람들이고흐를 말할 때 단편적인 것만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조울증, 우울증, 그런 부분만요. 그러나 그건 아닙니다.

그가 자신의 생에 얼마나 진솔하게 마주 섰는가를 생각하면 요즘 같이 “머리 따로 마음따로 진지한 것은 NO!”하며 계산과 경쟁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어리석어서인지 몰라도 이 시대에 맞지 않게 주어진 일에 좀 진지한 편입니다.

사랑도, 우정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인간관계도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이는 저의 태생입니다.

그래서 더 고흐가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역사상 가장 강인하게 자아의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한 사람입니다.

자아를 통해 세계를 보여 준 사람이지요. 관점의 차이겠지만 세상 쪽으로 시선을 갖게 되면 끝임 없이 경쟁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에고’에 갇혀 남의 탓 만 하다 죽겠지요. 자신의 자아에 대해 깊은 성찰이야말로귀한 보석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어둠 속에서 만나는 빛나는 불빛이야말로 구원이 듯 고흐에모든 그림은 그에게 구원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어둠을 걷지 않은 이가 어떻게 진정한 불빛을 그려낼 수 있겠습니까. 별까지 걸어가는 것을 꿈꾸었던 고흐가 가졌던 삶의 태도는내 가슴에 아름답게 남아 삶의 절망에 등불이 되었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고독하고 아플 때 신에 대한 충만과 자신의 자아에 대한 지독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연민을 동시에갖고 치열하게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고흐를 생각합니다.

/김영애기자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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