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 용지면 한 양계장에서 살처분 작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양계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김인규기자ig4013@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도내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살처분 할닭과 오리가 수백만 마리에 달하고 있지만, 인체 감염을 우려한 참여 인력 부족으로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빚어진 충남 태안과 달리 순수 민간단체의 자원봉사자 손길이 뚝 끊기면서 지역 공무원들만이 수일째 살처분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15일, 농림수산식품부의살처분 확대 방침에 따라 추가 매몰 작업이 진행중인 김제시 용지면에는 손학규통합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원 130여명과 전북도 의회 사무처 직원 40여명이 살처분 작업에 긴급 투입됐다.

그러나 일대에 예정된 수십여만 마리의 닭을 매몰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손 대표는 이날 작업을 마친 뒤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수일째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살처분에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아쉬워했다.

방역당국은 추가 살처분 작업에 연인원 1만여 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있지만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과 경찰 등 그 동안 각종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을 지원해 온 기관들도 이번 만큼은 인체 감염을 우려해 참여에 미온적이다.

5일째 살처분에 참여 중인 김제시청의 한 공무원은 “예방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때문에 인부들이 꺼려 해 공무원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태로라면 AI가 추가 확산되지 않는다고 해도 매몰 작업을 끝내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봉사자들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일손으로 살처분 작업이 지연되면서 매몰 차례를 기다리는 인근 농장주들도 속이 까맣게 타 들고 있다.

농장주 임모씨(33)는“매일 아침 정성껏 기른 닭들이 수십에서 수백 마리까지 죽어 나간다”며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 속이 상하지만 하루 빨리 이 같은 사태가 마무리 돼 전과 같아지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김제 지역에서 살처분 된 닭과 오리는 모두 90여 만 마리로 앞으로도 80여 만 마리가 더 매몰돼야 한다.

/손성준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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