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주에 갔다온 듯 뿌듯해"   김치와 라면 맛이 우주와 지구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씨가 무사히 귀환하면서 맡겨진 임무 완수 외에 전북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김치 등 4가지 식품 시식에 대한 반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소장 변명우)가 이소연씨에게 의뢰한 것은 우주식품을 지구에서 먹을 때와 맛의 차이에 대한 연구 결과다.

식품생명공학연구팀장을 맡고 있는 이주운 박사(41)는 "이소연씨가 우주정거장안에서 우주인 6명에게 한국식 만찬을 베풀었다는 소식에, 내가 우주에 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이 박사는 "라면과 김치를 개발한 주역으로서 이에 대한 반응에 우선 솔깃했지만, 식품연구원이 개발한 된장국과 고추장에 곁들여 시식했다는 소식에 더욱 가슴이 벅찼다"며 당시 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무중력 상태에서 우리 전통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접목하면서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는 이 박사는 그릇을 사용할 수 없는 우주에서 비닐팩이나 캔에 담아 흐르지 않도록 만든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또 김치는 살균 처리했지만 일부 남아 있는 유산균이 발효되면서 비닐을 부풀어 오르게 하거나 터뜨려 캔에 넣은방법도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주운 박사팀이 이번 실험을 위해 우주로 보낸 식품은 김치를 비롯, 수정과, 생식바, 라면 등 4가지. 이소연씨에게는 식품연구소에서 개발한 쌀밥과 고추장.된장국.볶음동결김치.녹차.홍삼차등 6가지도 함께 시식 대상에 포함됐다.

이 박사는 "앞으로 전주비빔밥과 불고기.갈비.식혜 등 다양한 우주식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전주비빔밥을 러시아 국립과학센터(SSCRF) 생의학연구소(IBMP)로부터 우주식품으로 공식 인증받고, 내년까지 3~4가지 식품을 추가로 인증 받는 것도 이 박사의 포부다.

한국 음식문화를 송두리째 우주에 옮겨 놓겠다는 것이다.

이 박사팀이 이들 식품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은 5년 전으로, 이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해 온 세계 100대 과학자 변명우 소장의 역할을 빼놓지 않았다.

이 박사는 "변 소장의 진두지휘 아래 우주시대에 발맞춰 선진국대열에 진입하자는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 이렇게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변 소장의 적극 권유로 본격 개발에 착수한 것은 5년 전 일이지만 30년간의 연구가 집적되지 않았다면 오늘의 성과는 얻지 못했을 것이란 것이 이 박사의 주장이다.

"내가 주관이 돼 개발한 식품이 우주 국제정거장에까지 가게된 것이 영광이다"는 이 박사는 "이번 우주식품 개발은 연구소의 중장기 계획인 우주 생활지원시스템을 확립하는 첫 단추"라고 말해 더 높은 차원의 프로젝트가 있음을 암시했다.

"김재훈, 송범석 팀원을 비롯, 박진규, 한인준, 김재경 등 10명의 팀원 모두가 한 몸이 돼 오늘의 영광이 가능했다"며 뒷바라지 한 팀원들의 노고도 소중히 여겼다.

2년 전 연구팀에 합류했다는 송범석 박사(34)는 "맛있는 김치를 찾기 위해 유명하다는 설렁탕집 찾기를 수백 번, 쉽게 먹을 수 있는 김치지만 더욱 좋은 것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며 회상했다.

송 박사는 "그때는 우리가 만든 우주김치를 다름 아닌 이소연씨가 시식할 줄은 몰랐다"며 한국 첫우주인에게 그 기회가 돌아갔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옆에 있던 이주운 박사는"우리가 만든 라면을 젓가락 없이 먹었을 텐데 다음에는 인증받은 우주 젓가락을 선보일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다음 임무를 부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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