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의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일까? 그 반대로 인간으로의 가장 큰 불행은 무엇일까? 전자는 아마 자연으로부터의 느낌들일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후자는 아마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해 봤고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의 수준이 무척 높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영화에서 느끼는 스토리보다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여백이 훨씬 많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 여백은 자연으로, 침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독특한 영화입니다.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미바 감독의 영화로서 에바, 베로니카, 마르타 그리고 토로 등 네 명의 외로운 이들은 고요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갑니다.

그들은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딱히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를, 모든 것이 주인공인 듯 했고요. 특히 발자국소리요, 발자국소리들이 유난히 크게 들렸던 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닐 것입니다. 아마 저에게는 발자국소리가 고독의 소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주는 암시는 무엇일까요? 길을 따라 타박 타박 걷는 소리, 나뭇잎 소리, 호흡소리, 사람들의 대사는 거의 없습니다.

인물을 바라보는 감정이 배제된 카메라는 이미 주인공들과 동화가 되어 버린 듯 합니다. 이렇게 대사가 없는 영화는 관객을 지루하고 느슨한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끈조차 놓게 합니다. 외로운 삶의 터전은 자연 만이 빛을 더욱 발 하구요. 그곳에서 그들은 조우합니다. 숨막히는 정적과 일상의 고독에서 그들은 살아갑니다.

아마 그들의 생각과 느낌들은 내면의 확장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일상이 주는 삶의 무료함의 질식은 어쩌면 그들의 내면조차 정적으로 꽉 차 있어 담담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사람의 감정이란 그래도 희노애락으로의 충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가난하고 고요한 이들에게는 담담히 길을 가는 것뿐입니다. 삶의 어떤 자극도 없이 정보도 없이 그렇게 살아갑니다.

수 많은 소음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피폐해져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서 바라보는 시점이니 알 수 없지만 어린 시절 마을의 정적과 고요의 빛깔들을 경험한 저로써는 그 안에서 주어지는 자연의 빛깔들과 함께 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잊지 못합니다.

영화는 내내 자연만이 꽉 차 사람들은 작은 애벌레처럼 담담합니다. 자연이 주는 수 많은 언어들만이 출렁입니다. 빗소리, 빗소리가 주는 감흥을 싫다 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내 귀에는 영화 내내 환청처럼 빗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요, 이 영화는 침묵이라는 커다란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우리는 주인공과 같이 느끼고 걷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독특해서 여운이 긴 영화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세포들이 느끼는 땀이거나 숨이거나를 온전히 느낀 영화였던 것 같고요. 

누군가 영화에 대해 묻는다면 딱히 뭐라 말할 수 없는 고요와 정적 그리고 고독만이 가득한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