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국 빈민들의 희망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 식량가격 급등으로 위기에 몰렸다. 이 은행은 50달러 미만의 자립용 종자돈을 빈민들에게 무담보로 융자해왔고 지금까지는 98%의 높은 상환률을 유지했지만, 최근 가파른 식량가 상승으로 주 고객인 빈민들이 가진 돈의 대부분을 음식물을 사는데 쓰느라 상환여력을 잃게 돼 연체가 속출하면서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했다.

그라민은행은 빈민의 자립을 위해 적은 돈을 무담보로 빌려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대표적인 사회기업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미 등 전 세계 빈곤층 1억 가구에 대출혜택을 제공해왔고, 이 은행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는 빈민구제 공로로 제8회 서울평화상과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누스 총재는 지난 1976년 경제학 이론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조국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를 위해 1만 타커(240달러)를 신용대출 받아 ‘그라민( 마을이라는 뜻)프로젝트’라는 소액대출 프로그램으로 은행을 설립, 자립을 위한 종자돈을 담보 없이 대출함으로써 저개발국 빈민구제에 앞장서왔다.

그는 ‘신용은 인간이 가진 기본권’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빈민들의 자활기반을 도왔다. 신용을 재력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당연히 부여받아야 할 권리로 인식했기에 빈민에 대한 믿음을 키울 수 있었고 빈민들은 100% 가까운 상환율로 부응해왔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빈곤퇴치 의지와 빈민들의 신용유지 노력이 식량문제에 짓눌려 사그라지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 전북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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