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보수정권 아래에서 치러진 5.18 광주민중항쟁 28주년은 5월 항쟁 이후 첫 시국선언이 발표되고 5.18 대중화가 확산되는 등 예년에 비해 성과가 적잖았다.

그러나 최초 발포명령자 등 미해결 과제들이 보수정권 아래서 해결되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5월 단체간 갈등도 표면화되는 등 걸림돌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성과는 뭔지우선 5.18 기념행사 사상 첫 시국선언이 발표된 점을 들 수 있다.

특별법 제정,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에 등 '5월 광주'에만 국한된 단발성 성명이나 논평에서 벗어나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시국 발표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2008 5월 선언문'으로 명명된 시국선언을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비정규직 확산, 농민 말살, 교육의 피폐화, 돈벌이 의료, 공공부문 시장화, 환경재앙 대운하 정책을 막아내 오월정신 꽃피울 대동의 세상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국민 앞에 전달했다.

'오월의 희망으로 세상을 보라'를 5.18 기념행사 슬로건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10년만에 탄생한 보수정권 출범 첫 해에 한나라당 소속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공식 참석한 점도 5.18 위상 재정립이라는 측면에서 기록에 남을 만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월의 대중화도 성과 중 하나다.

개봉 3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공전의 흥행작이 된 5.18 대작 '화려한 휴가'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가족, 연인, 친구끼리 광주를 찾은 20~40대 외지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광주와 제주의 학자들이 5.18과 4.3항쟁의 공동 연구성과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지 4년만에 5.18과 4.3, 여순사건 등 근.현대사에 기록된 안타까운 사건들의 피해자 가족들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5.18 사적지를 둘러보고 정기적으로 교류를 약속한 점도 결실로 꼽히고 있다.

파키스탄 민주화 상징인 인권변호사 무니르 말리크(Muneer A.Malik.58)에게 인권상이 주어지고 4.19 관련자들이 전야제를 빛내는 등 전국화, 세계화에도 진일보했다는 평이다.

  ▲과제는 어떤 것정확한 사상자수, 암매장지, 최초 발포명령자, 미국의 역할 등 여전히 풀리지않는 미해결 과제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법률적, 절차적 과제는 대부분 해결됐으나, 본질적 문제가 28년이 지나도록 안갯 속이라는 점에서 "5.18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수정권 출범으로 혹여 진상 규명이 더뎌지거나 요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5월 투쟁'의 방향성도 얽힌 실타래 중 하나다.

농민, 노동자, 대학생들은 "미국산 쇠고기로 상징되는 국민 건강권 문제 등 정치.사회적 이슈도 '5월 정신'을 발현하는 또다른 길"이라고 주장한 반면 일부 5월 단체는 "5.18의 정치 세력화나 5월 광주의 정치판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5.18재단 이사장 취임식장 난동으로 대표되는 5월 헤게모니를 둘러싼 단체간 알력과 반목, 소위 '가방끈 논쟁', 공법단체 구성을 둘러싼 5월 단체간 내홍도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다.

'5.18 상주(喪主)' 정수만 유족회장이 처음으로 공식기념식에 불참한 점도 5월 단체의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 6.10 민주항쟁과의 연계성이 약화되고, 기념사업 예산이 해마다 축소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노동계 춘투(春鬪), 농민대회, 대학가 투쟁선포식 등으로 촉발되는 국민적 저항운동이 매년 5월을 정점으로 폭발하는 점을 감안, '5월 광주= 대정부 투쟁 메카'라는 정치적 해석을 염려하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05년 '송정리 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 반대투쟁'과 메가톤급 후유증을 일례로 들고 있다.

5.18재단 이성길 감사(50)는 "올 5.18은 첫 시국선언을 성과로, 5월 단체간 내홍을 대표적인 과제로 내세울 수 있다"며 "이젠 5.18이 '28년전 아픔'에만 묻히지 않고 국민적 관심사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생활운동으로 한차원 승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