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공예’는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한지공예와 문자가 한데 어우러진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 동안 작가들이 전통문양으로 솜씨를 부렸다면 이번에는 ‘문자’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특징적. 강암 송성용 선생은 물론 도내 대표 서예가로 꼽는 여태명·김병기·김두경씨의 글씨들이 죄 한지공예 속에 들어앉은 것이다.

전주한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전주전통한지공예연구회(회장 김혜미자) 회원전 ‘한지의 빛’전은 그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

주제 역시 ‘문자를 응용한 한지의 등·가구전’. 환하게 불을 밝힌 등(燈)은 물론 상, 서류함, 반짇고리, 다용도함 등 생활도구들이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표정으로 관객을 맞는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주목 받는 것은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연출했다는 점. 기법은 철저히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감각만큼은 단순하면서도 담박함을 쫓는 현대인들에게 꼭 들어맞는다.

이번 전시를 진두 지휘한 이는 전통 한지공예 대모인 김혜미자씨. 문자를 공예로까지 끌어들인 주역임은 물론이다.

이에 이르기까지는 끊임없는 도전과 발상의 전환이 뒤따랐다.

“전통공예에서 중요한 것은 문양과 색의 조화지요. 어차피 문자도 문양의 한가지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 차원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기품과 맛이 있더라고요. 그래 올해는 문자를 활용한 전시를 기획해보자 했지요. 이번 전시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전시를 유치한 김중태 학예연구사(전주한지박물관)의 생각은 또 다르다.

한지박물관을 지켜오고 있는 그지만 한지를 재발견하는 기회였다.

“빛을 투과하면서 드러나는 한지의 속살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느냐”면서 “한지가 감추고 있던 하얀 속살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감탄했다.

김씨는 또 “그뿐 아니라 한글의 미학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입장에서 전시장을 찾은 김선애씨도 뿌듯하기는 마찬가지. 맘먹은 대로 작업이 나오지 않을 때는 속상해 잠도 못 잤는데, 전시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이 잘 키워낸 아이들마냥 흐뭇하게 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진화된 한지공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전시는 다음달 15일까지 계속된다.(063-210-8103)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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