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는 10년 동안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조손 가정 출신이다.
아버지는 10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이듬 해 가출해 소식이 없다.
지금까지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께 금메달을 바치는 이유다.
올 초 연습 도중 입은 왼쪽 무릎 인대 부상에도 불구, 이를 악물고 바벨을 들어올려 끝내 금메달을 만들어낸 것도 바로 할머니 때문이었다.
“금메달을 따야 할머니께 효도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세종이의 장래 희망은 엉뚱하게도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할머니께 효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세종이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도 다름아닌 할머니에 대한 효심 때문이다.
다부진 역도 선수로 성장해 가고 있는 세종이의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한 맺힌 아픔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같은 또래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기량을 갖고 있는 세종이가 운동을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남짓. 국가대표 출신인 박훈서(38) 코치의 눈에 들어 운동을 시작한 세종이는 스피드와 정신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이크린 트레이닝은 스피드와 자세교정을 위한 것으로 역도 선수라면 바벨을 놓을 때까지 해야 하는 기초훈련이다.
세종이의 연습량은 쇄골 피부의 연분홍 빛 상처가 말해주고 있다.
이 영광의 상처는 바벨을 쇄골에 걸쳤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하이크린 트레이닝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박 코치는 “세종이는 자신이 커온 가정 환경 때문인지 정신력이 워낙 강하다”면서 “체고에 진학해 체계적이고 꾸준한 연습량만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를 빛낼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관기자 jk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