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는 유월의 초입에서 가장 싱그럽고 수수하면서 청순한 꽃을 찾으라고 하면 단연 함박꽃나무를 꼽겠다.

  욕심 없고 청빈한 생활이 몸에 밴 우리민족을 빼어 닮은 꽃! 그것이 함박꽃이다.

  화려하고 요염한 자태를 자랑하는 외래 꽃들이 판치는 도시보다 자연이 잘 살아있는 높은 산지에서 새소리, 물소리와 더불어 은은한 향기를 뿜으면서  살고 있는 모습은 평화와 순박한 심성을 지닌 한민족의 꽃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백이꽃, 함박이, 목란, 천녀목란이라고도 하고, 천녀화(天女花)라고도 하여 천(天)의 경지에 올린 것을 보면 선조들의 높은 꽃세계를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나라꽃이 ‘목란’ 즉, 함박꽃나무이기 때문에 이 꽃에 관한 칭찬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을 뿐인데, 할 일 없는 분들이 “그 나라꽃을 찬양 고무하는 의도가 뭐냐? 배후는 누구냐?” 하던 서슬 퍼런 대학시절에 그분들의 노림수를 알기에 거리에서 분노하기도 했고, 소중한 친구를 잃기도 했다.

요즘 많이 좋아 졌다고는 하나 권좌의 그분들은 아직도 우리네 정서는 외면한 체 대국이라 하는 나라에 국민들의 건강권을 통째로 맡기고 있다.

참 좋은 꽃나무를 두고 정치성 짙은 이야기를 끌어들여 참으로 미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진심으로 생각하기에 몇 줄 얹었다.

 함박꽃나무는 자생종 나무 중에는 가장 큰 꽃이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같은 집안 목련과에 속하는 태산목과 자목련, 백목련의 꽃이 함박꽃나무보다 크고 외래종이고 자생종인 목련은 함박꽃보다 조금 작다.

도시에 밀려드는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들어갔을 때 만나는 함박꽃의 웃음에 담긴 그 아름다운 자태와 매혹적인 향기에 누구라도 매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꽃을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청순하고 꾸밈없는 산골 처녀가 소리 없이 살짝 웃는 함박미소에 가깝다고나 할 까?함박꽃나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북동부 지역에 분포하는데 여름에도 서늘한 산지의 산기슭, 산골짜기나 산중턱의 부식질이 많고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나무높이는 7m정도의 중간키 나무이고, 수직적으로는 해발 50~ 1,400m까지 생육한다.

잎이 피기 전에 한꺼번에 피는 목련꽃들처럼 집단적인 화려함은 없지만 5~6월에 잎 이 나온 다음 푸른 잎사귀 사이로 하얀 꽃송이를 피우는데 백옥과 같은 하얀 꽃에서 에테르유를 함유한 짙은 향기가 풍겨난다.

주로 정원수, 공원수 등의 관상수로 적합하지만 공해와 염분 및 건조에 약하기 때문에 비옥하고 수분이 많은 곳에 심어야 한다.

번식은 9~10월에 성숙하는 종자가 마르지 않는 상태에서 채취하여 종자를 싸고 있는 과육을 완전히 제거하고 4-5℃정도의 낮은 온도의 토양에 저장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좋은 묘목을 얻을 수 있다.

꽃에도 웰빙의 꽃이 있다면 우리민족의 심성을 닮은 함박꽃나무를 선정해 주고 싶다.

물가는 오르고, 기대했던 정부도 제역할을 못하여 민초들의 외침이 거세지고 있어 희망이 사라지는 듯 한 요즘에 가까운 산을 찾아 함박꽃나무와 더불어 한껏 웃어보는 연습을 해보라. 심신의 건강이 함께 찾아올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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