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대한 청와대의 미온적인 상황인식이 본질을 외면한 ‘네탓’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이 촛불집회를 ‘사탄 무리’의 탐익(貪益) 탓으로 돌렸다. 그는 지난 5일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한 기도회에서 촛불집회와 관련,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린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추 비서관은 “‘사탄의 무리’는 기도문 마지막에 통상적으로 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하는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이에 앞서 “왜곡과 과장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한다”고 한 말과 이어보면 ‘사탄의 무리’가 내포하는 의미는 뚜렷해진다. 이익의 객체가 국민이라면 국민이 사탄의 무리란 말인가.

‘미국 쇠고기’ 파문으로 한 달여 동안 계속된 촛불집회가 ‘왜곡’ ‘과장’ ‘사탄의 무리’라는 말들로 치부당하는 현실에 국민들은 분기가 더해질 뿐이다. 추 비서관의 이 같은 인식은 촛불집회를 정치적 성격으로 곡해하는데서 비롯됐다 하겠다. 대의정치의 허상을 극복하기 위해 자유시민이 직접 나서는 ‘아고라 민주주의’를 모른 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릴레이 촛불집회’를 잠재울 수 없고 민심과의 괴리만 키울 뿐 이다. 더군다나 청와대의 홍보기획 담당자의 인식으로는 턱없이 합당치 않다. ‘쇠고기 촛불집회’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거부하는 몸짓이며 민주사회의 집회 의미에 대해서도 편협성을 뛰어넘지 못한 결과이다.

청와대는 미국산 수입쇠고기 문제에 대한 ‘네탓’ 의식이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먼저 깨우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비록 ‘노무현 정부에 책임이 있다’ 해도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국민건강권과 직결되는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내탓’은 가리고 ‘네탓’으로 호도하려는 국정자세라면 어떠한 수습방안도 국민에겐 ‘꼼수’로 비쳐질 뿐이다. ‘사탄의 무리’가 있다면 이도 현 정부의 산물이다.

/전북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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