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주시장
 민선 4기의 반이 지났다. 시민들의 격려와 기대 속에서 열심히 달려온 시간이었다. 전주의 외연적 확대보다는 내실을 키우고 도시 경쟁력을 높여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주경제를 키우고 삶의 공간을 새롭게 조성하여 천년전주의 자존심을 미래 천년의 자신감으로 이어가고자 노력해 온 시간이었다.

이제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는 기분이다. 지난 2년이 5대 역동산업과 아트폴리스를 위한 각종 인프라 등 기반 마련에 충실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2년은 천년전주의 희망과 미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만한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제로 힘차게 커가는 밝고 아름다운 아트폴리스 전주!’
전주를 역동적인 경제 산업 도시로, 또 동시에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후반기 시정목표이다.

특히, 국가적으로도 자치단체에서도 앞 다투어 도시 경쟁력을 위한 디자인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아트폴리스’를 추진해 온 전주시의 경우 이에 따른 선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예술도시국과 아트폴리스과를 만드는 등 제도적 기반을 튼튼히 다진 것도 도시의 경쟁력이 가져다 줄 이익에 큰 기대를 걸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전주시는 아트폴리스를 통하여 전주를 밝고 아름다운 도시, 명품예술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며 이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또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지역경제까지 활성화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넘어서는, 아트폴리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바로 아트폴리스를 통하여 ‘전주다움’의 의미를 정립하는 것이다. 전주의 역사, 문화, 가치관, 자연환경에서부터 전주의 희망, 꿈, 미래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전주다움’을 정립하고 도시의 어떤 공간에서라도 ‘전주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아트폴리스’를 통해 전주가 얻고자 하는 진정한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이 ‘전주다움’이라는 것은 건물의 디자인이나 기관의 정책만으로는 생겨나지 않는다. 아니 생겨날 수가 없다. 전주인의 삶과 문화가 배어나지 않는 ‘전주다움’이란 있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전주다움’은 전주인의 삶과 이를 반영하는 도시디자인 정책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야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전주다움’을 정립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이다.

얼마 전 이어령 교수의 책을 읽다가 교과서를 뜻하는 단어 ‘텍스트북(textbook)’에 대한 일화를 본 적이 있다. 원래 텍스트북은 스승이 가르치는 책에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적어 넣도록 빈칸을 많이 만들어 놓은 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자신들이 정리한 텍스트 북을 학교 도서관에 제출하게 되어 있었고 학교에 출입하는 서적상들은 그 가운데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정하여 필사본으로 만들어 팔곤 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교과서인 텍스트북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예전의 교과서는 전문가의 지식이 담긴 일방적인 주입이 아니라 주제에 대한 스승과 학생의 독창적이고 쌍방향적인 지식의 교류가 만들어 낸 열린 배움의 증거였다는 것이다.

전주다움이 넘치는 아트폴리스 전주를 만들어 전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더 큰 미래를 여는 천년전주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지금이야말로 ‘전주다움’에 대한 시민들의 진지한 고민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트폴리스를 통해 만들어지는 밝고 아름다운 전주는 아직 빈 칸이 더 많이 남아있는 텍스트북과 같다. 비어 있는 책에 학생들이 독창적인 생각을 담아 학문의 더 큰 발전을 이끌 듯, 전주다움의 정의를 만들고 전주다움을 창조하여 천년전주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확보하는 것은 바로 행정과 시민이 함께 채워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아트폴리스로 커 나갈 천년 전주의 미래에 대하여 시민들이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또,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전주다움을 창조적으로 채워나가는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전주다움'의 시작과 끝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전주를, 전주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시민들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바탕으로 밝고 아름다운 아트폴리스 전주 만들기에 민 관이 함께 힘을 모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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