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경찰, 그리고 판사와 소년원.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겐 듣기만 해도 섬뜩 할 만큼 죗값에 대한 형벌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 단어들이다.

재범 방지와 탈선을 목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벌보다는 단체 생활을 통해 부모에 대한 사랑을 새삼 느끼게 하는 공간. 순간의 실수로 빚은 죗값을 대신하는 기관인 소년원이 뿌리 깊게 정착하고, 나아가서는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고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등대’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소년 범죄자라는 낙인 아래 삶의 지표를 잃어 버린 청소년들에 있어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고 지칠 때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접하며 사랑을 실천하게 해 작은 위안과 밝은 미래에 대한 용기를 심어 주는’ 전주소년원을 방문했다.


/편집자 주   <편견은 청소년을 '두 번 죽이는 일'> 송천정보통신학교의 장세걸 교사는 “편견은 청소년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송천정보통신학교는 이른바 ‘비행 청소년’이라 불리는 만 12~20세 미만 학생들이 '보호 처분'을 받는 곳으로, 절도 폭행 등을 저지른 아이들은 이 곳에서 6개월~19개월씩 머무르며 심성 순화 및 사회적응 능력 교육을 받으며 일반 학생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곳의 아이들에게 있어 선생님은 다가서기엔 너무 어려운 존재들이고, 대부분 다른 친구들처럼 넉넉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도 못한 아이들이 태반이다.

보편적으로 중등 과정을 넘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둬 미용기술을 배우거나,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해오다 친구와 크게 싸움을 벌이거나 오토바이를 훔쳐서, 혹은 절도, 강도, 강간 등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으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래의 주역인 이들은 이곳에서 다시 한번 세상을 향한 또 한번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송천정보통신학교 장세걸 교사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마우스를 움직이는 송정군(가명ㆍ17). 그는 또래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소년원 신세를 지게 된 소년이다.

그러나 송정군은 더 이상 ‘학교폭력범’도, ‘사고뭉치’도 아니다.

그는 지난 2007년도 ‘제1회 i-TOP경진대회’의 개인 IT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은 엘리트 소년으로, 차세대 동력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당당한 미래의 주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송천정보통신학교는 최근 부모와 학생이 함께 무료로 실시 받는 적성검사를 통해 부모들의 바람과 소년들의 꿈을 동시에 충족시켜 나가는 대안 기관으로 전국 일선 소년원들의 벤치마킹 사례 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전주소년원은 지난 1996년 적성검사실을 개설한 이래 한해 10~20여명 정도만 적성검사를 받았지만 최근 원생 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례로 검사실 적은 2007년 현재 300여건으로, 지난 2003년 218건, 2004년 109건, 2005년 277건, 2006년 246건으로 해마다 200여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적성검사는 국가표준 검사지를 활용해 부모 혹은 원생의 지능, 적성, 성격, 가치관, 대인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 자녀에겐 진로 문제에 있어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고 부모에겐 자녀지도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이강모기자 kangmo518@   <김영록 교장 인터뷰> “아이들이 저지르는 비행은 결국 어른이 가르쳐준 잘못된 범죄의 축소판인 셈이죠.” “이곳은 아이들을 가두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이들과 인생의 교육을 함께하는 대안학교로 이들은 바로 내 ‘사제’들이에요.” 김영록 송천정보통신학교 교장(58)은 오늘도 청소년들의 길찾기에 고심이 많다.
김영록 교장


빈곤과 탈선,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일순간 범죄자란 오명을 써버린 청소년들을 구제해 제2의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한 생각에 골머리를 짜내고 있는 것. 정해진 정부 예산만으로는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관내 기관들과 기업, 그리고 종교단체 등과 연계해 취업알선 및 교육 지원, 그리고 생계 지원을 꾀하고 있지만 열악한 기관 사정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김 교장은 “반딧불은 칠흑 같은 어둠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처럼 우리 기관도 비행청소년들을 위한 반딧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청소년이 범죄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시간대는 학교에서 파한 뒤 부모가 돌아오기 전의 공백 시간대로 이 시간대의 아이들의 보호가 비행을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라고 충고했다.

김 교장은 이어 “상대적으로 빈곤층 아이들의 비행이 높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어서 아이들 돌봄이 없는 상태로 밤늦게까지 방치되는 경우에는 쉽게 범죄에 노출되거나 가담하는 것을 보게 된다”며 “아이들이 ‘예비 범죄인’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적으로 열악한 가정의 아이들이 심리와 정서적 안정, 인지발달 등을 적당한 기회에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로 성장하면서 억누른 행동이 표출되는 것이 소년범죄의 유형”이라며 “빈곤가정 아이들에게는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방과후 방치가 없도록 지역사회의 사회적 서비스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지난 1978년 보도직 공채로 공직에 입문, 대구소년원 분류보호과장, 치료감호소 감호과장을 거쳐 이번에 전주소년원장으로 부임, 누구보다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강모기자 kangmo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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