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무작위 절도 기승 남원시 인월면에 사는 정모씨(47ㆍ축산업)는 최근 돈사에 있던 돼지 83마리를 한꺼번에 도둑맞았다.

아침밥을 주기 위해 돈사에 들렀다가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게 됐다.

설마 돼지를 훔쳐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씨는 “수십년 동안 이곳에서 돼지를 키워 왔지만 돼지를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허탈해 했다.

경기 침체 탓인지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훔쳐가는 좀도둑이 늘고 있다.

철도 레일과 맨홀 뚜껑, 다리 난간 등은 고사하고 심지어 축사에 있는 돼지, 조경수로 심어놓은 소나무까지 훔쳐가고 있다.

이 같은 절도는 주로 인적이 드문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안전 사고 위험은 물론 농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남원경찰서는 13일 축사에 있는 돼지를 주인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훔쳐간 김모씨(41)등 2명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축산 유통업에 종사해오며 피해자의 축사 관리가 소홀한 점을 이용해 5톤 화물차량 6대를 미리 대기시킨 뒤 돼지를 옮기는 방법으로훔치는 등 체계적으로 범행을 준비하고, 이를 거래처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경찰서도 이날 40년생 된 소나무 수십여 그루를 훔쳐간 조경업자 강모씨(46)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남원시 운봉읍 소재 임야에 심어진 40년 된 소나무 34그루(시가 2천500만원)를 주인 몰래 훔쳐 반출한 혐의다.

이에 앞서 김제경찰서는 지난 3월 전북 일대를 돌며 고철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스테인리스 수문을 뜯어 훔쳐간 김모씨(44)를 구속했다.

김씨는 절도 도구로 나사를 조절하는 공구로, 낮에는 나사를 풀어 놓고 밤에는 옮겨 나르는 방법으로 수문을 절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산경찰서도 지난 4월 전주시 완산구청 자재보관창고에 보관중인 맨홀 뚜껑 120개(시간 200만원)를 훔친 김모씨(54)를 불구속 입건한바 있다.

경찰관계자는 “경제불황이 지속되면서 눈에 띄는 표적물을 훔쳐 판매하는 무작위 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치안이 어려운 농촌 지역 등에 대한 순찰, 방범을 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강모기자 kangmo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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