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하천변을 노랗게 물들이는 양미역취에게는 악당의 이미지가 따라 붙는데,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정착한 귀화식물인 양미역취는 요즈음 버즘나무를 괴롭히고 있는 미국흰불나방과 수확을 앞둔 포도나무를 거덜 내고 있는 주홍날개꽃매미처럼 외래생물의 대표격이니 말이다.

외래생물가운데는 천적이나 라이벌이 적은 새로운 신천지에서 왕성하게 번식하며 이 땅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기에 돼지풀을 비롯한 양미역취 등의외래식물들의 평판이 좋지 않다.

 가을 햇살은 좋지만 아침저녁은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마르고 시들어 가는 풀들 속에서 돋보이는 색으로 벌레를 모으기 위한 전략을 세워 두고 있는 식물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보라색으로 용담, 싸리, 칡, 나팔꽃, 닭의장풀, 자주쓴풀 등이고, 이에 지지 않기 위해 노란색으로 무장한 꽃이 바로 양미역취이다.

양미역취는 영어로 ‘Goldenrod(황금변덕)’이라 하는데, 마치 변덕이라도 떨듯이 폭발적으로 번져가는 양미역취를 돼지풀과 함께 화분증의 원인 식물로 지목했고 제거대상 목록에 올렸다.

그러나 양미역취는 화분증과는 관계가 없고, 돼지풀 만이 화분증의 원인 제공을 하고 있는데, 괜히 옆에서 자라는 양미역취까지 한꺼번에 의심을 받고 있다.

사실은 꽃이 아름답지 못하여 벌레가 가까이 하지 않은 식물들은 꽃가루를 많이 만들어 바람에 날려 수정을 하는 이유로 사람들의 코를 근질거리게도 하고 알레르기도 일으키게 하였다.

그러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곤충이 많이 찾아 중매를 하는 관계로 꽃가루가 많지 않아도 씨앗을 잘 맺는다.

사실 하천변에서 양미역취가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난 양의 씨앗을 만들기 때문인데, 한 그루에서 4만개 이상의 씨앗이 만들어져 한꺼번에 날려 보낸다.

이것 때문에 양미역취가 화분증의 원인 식물로 의심을 받았던 것이다.

또한 양미역취는 뿌리에서 독성이 있는 ‘DME'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독성물질로 경합대상 식물의 발아를 저해 하여 퍼져나간다고 한다.

식물이 주로 쓰는 화학전인 셈인데, 화학전은 상대에게도 피해가 있지만 내게도 피해를 끼쳐 양미역취가 우점 하는 곳은 양미역취가 무너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자가 중독’에 있다고 한다.

경쟁식물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독에 스스로에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약이 지나치면 독이 되는 이치와 상대를 지나치게 공격하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멸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대목이다.

올 가을 갈대와 양미역취가 어우러지는 하천변 길을 달려보면서, 마음의 짐과 욕심을 내려놓아 보라. 타는 저녁노을과 청량한 공기만큼이나 맑고 밝아지는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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