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을 앞두고 도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내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흰잎마름병(백엽고)이 올해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엽고는 바이러스로 인해 벼잎이 하얗게 말라죽는 병으로 한 번 걸리면 치료약도 없어 ‘벼의 에이즈’로 불리고 있으며 최근 익산과 김제, 부안, 정읍 등 평야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익산에서 농사를 짓는 유창복씨(62)는 백엽고로 농작물에 피해를 입고 하루하루를 시름에 잠긴 채 살아가고 있다. 추수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기지만 유씨의 총 경작면적 4만여m² 중 절반이상이 백엽고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유씨는 “속상해서 더 이상 농사를 짓고 싶지 않다”며 “지난해에도 백엽고로 피해를 봤는데 정부 대책 없이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전농 전북도연맹과 농민30여명은 10일 익산시 용안면 동지산리 흰잎마름병 피해 논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피해보상및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 엎고 있다./이상근기자lsk74@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전북 백엽고 피해대책 위원회(준) 회원 200여명은 10일 오전 유씨의 논 앞에서 전북지역 백엽고 피해조사 및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위원회는 “도내에서 백엽고 피해를 입은 면적이 2억m²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이는 잠정적인 추산일 뿐 정확한 조사를 통해 피해정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번 걸리면 치료가 불가능한 백엽고는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전북도의 쌀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백엽고에 대한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어 “백엽고로 피해지역 농민들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이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특별매입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도청 측은 현재 농민들의 피해 발생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백엽고로 피해를 입은 쌀은 미질이 다소 떨어질 뿐”이라며 축소 해석하고 있어 농민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도청 관계자는 “현재 백엽고의 피해규모를 파악 중이며, 28일까지 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한편, “추수 때가 거의 다 된 상황에서 발병했기 때문에 영양 공급이 불충분한 이유로 미질이 약간 떨어지는 등 피해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민들은 읍·면 단위의 일선 기관들이 지난 7월에 백엽고의 발병을 확인했지만 상부에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농민들은 오는 19일 전북도청 앞에서 식량주권 수호를 위한 농민대회를 개최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며 이날 도지사와의 면담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킬 예정이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예산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는 정부와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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