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생활 터전인 새벽 시장은 삶의 활력이 넘친다.
추석을 앞두고 대목장을 준비하는 전주 남부시장은 이른 새벽부터 도매 상인들의 하역 작업과 값싸고 좋은 물건을 잡기 위한 소매상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노점상들의 자리 다툼까지 뒤섞여 북적거린다.

10일 오전 2시30분, 남부시장 매곡교 주변은 하루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인천에서 싱싱한 수산물을 싣고 온 활어차가 들어오고, 수산물 도매 상점 직원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그 옆으로는 배추를 가득 실은 1톤 트럭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소매상인들이 몰려와 가격 흥정으로 어수선하다.가격 흥정을 끝낸 소매상들은 손수레에 배추를 가득 싣고 몇 차례에 걸쳐 가게로 실어 나른다.

노점상들은 먼저 목이 좋은 자리를 확보한 뒤 물건을 나른다.
물건을 잡은 상인들은 커피 한잔에 몸을 녹이며 잠시 휴식에 들어간다.
배추는 무주 무풍에서 농사지은 거라고 한다.한눈에 봐도 속이 꽉 차고 통통한 게 정말 싱싱해 보인다.

민족최대명절을 사흘 앞둔 11일 전주 남부시장 새벽시장에는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김인규기자ig4013@
매곡교 다리 위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졌다.노점상들의 자리 다툼이다.자기 자리임을 주장하는 할머니에게 ‘개인 자리가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던 할머니는 한바탕 언성을 높이다 양보하고 나란히 판을 벌인다.

완주 이서에서 새벽 1시에 왔다는 주모씨(여·65)는 “개똥 참외도 먼저 맡는 게 임자라고 하지만 원래부터 했던 상인들이 먼저 차지하는 게 맞다”며 “시골에서 올라오는 우리끼리만 모여서 팔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곡교 주변 노점상들은 대부분 아침이 오기 전에 파한다.오전 9시가 되면 단속이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자리를 치운다고 한다.할머니는 “9시가 되면 손해를 볼 망정 헐값에라도 팔고 일어난다”고 한숨을 내쉰다.

새벽시장은 4시부터 2시간 정도가  ‘피크’다.
매곡교에서 풍남문으로 가는 4거리에 정읍시 감곡면에서 온 농민 5명이 줄지어 앉아 시금치, 잎 상추, 꽈리고추 등을 봉지에 담아와 판을 벌였다.

정모씨(62)는 “많이 파셨냐”고 묻자,  “팔면 뭐해!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기름값에 비료값도 배로 오르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며 “이는 정부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우리 서민 생각은 안 해. 있는 놈들은 먹고 사는데 지장 없지. 먹고 살기 힘들어”라고 탄식했다.

오전 6시가 되면 식당 업주들이나 일반인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든다. 각 상점과 노점마다 손님들과 흥정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게 이 시간 풍경이다. 재래시장의 맛은 누가 뭐래도 ‘덤’과 ‘우수리’다.

“한 마리만 더 달라”는 손님 애교에 “그거 한 마리 더 주면 우린 남는 게 없어요”라고 타박하면서도 한 마리를 더 얹어준다. 재래시장만의 정(情)이다. 

 오전 7시가 넘어가면서 시장은 본격적으로 ‘난장판’이 된다. 손님들이 넘쳐나면서 서로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걸을 수가 없다. 싼 가격은 기본이고 훈훈한 정과 넉넉한 인심은 덤으로 느낄 수 있는 새벽시장은 날이 밝아오면서 서서히 막을 내린다. 상인들로 북적이던 새벽시장은 손님들로 다시 가득 채워진다.

/권재오기자, 박효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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