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속 풍경'을 찾아 떠나는 김제여행
'문학속 풍경'을 찾아 떠나는 김제여행
  • 전북중앙
  • 승인 2008.09.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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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소설 아리랑의 주요 배경이 된 김제평야. 일제의 첫번째 수탈대상이 되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소슬바람 불기 시작하는 유난히도 매력적인 가을의 문턱이다.
독서하기에도 좋은 초가을, 지친 일상을 털어내고 청아한 가을 길을 따라 문학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낡은 서점 깊숙이 먼지로 흠뻑 둘러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만나는 주인공들의 삶. 문학 속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휴식 이상의 값진 경험과 감흥을 얻기에 충분하다.

  풍요러워 서러분 땅, 징게맹개외배미 … 소설 ‘아리랑’ 속 그 곳
넓디 넓은 김제평야를 배경으로 민족의 수난을 담은 아리랑이 집필되었다.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판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헛제자리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 일제치하에서의 민족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소설 ‘아리랑’ 에서 작가 조정래는 그 배경이 된 김제들녘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김제평야
대하소설 ‘아리랑’ 의 무대인 김제. 실로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김제 들녘을 바라보니 왜 이 들녘을 징게맹개외배미(이 배미 저배미 할 것 없이 김제와 만경을 채운 논들은 모두 한배미로 연결돼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넓다는 얘기)이라 불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풍요로웠기 때문에 일제에 의해 철저히 수탈당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땅. 

아리랑 문학관
부량면에 있는 조정래아리랑문학관은 김제 들녘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고단했던 삶 뿐만 아니라 작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모두 제1전시실에서 제3전시실로 구성되는데 아리랑 각 부의 줄거리와 함께 작가가 취재 시 사용했던 물품들, 창작의 과정을 좇아 빼곡히 정리된 취재수첩 및 자료노트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원고 집필 계획표에 빨간 펜으로 적어놓은 작가의 말은, 전권 12권의 아리랑을 완성하며 작가가 일제강점기 식민지 민중들의 박탈된 삶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산 기록이며,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배우지 못한 해방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의식마저 일깨워 준다.

아리랑문학관을 둘러본 다음 풍요의 땅 김제의 상징이자 옛 조상들의 농경문화를 엿볼 수 있는 벽골제로 가보자. 지금으로부터 약 1700여 년 전 백제 비류왕 27년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 최대의 수리시설인 벽골제는 현재 저수지가 모두 흙으로 매어져 테마공원으로 꾸며졌다.

벽골제전시관 내부
공원 안에는 장생거와 경장거라는 두 수문과 농경문화의 기원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벽골제수리민속유물전시관, 단아각, 단야루 등이 있어 아이들의 체험교육 학습장으로 안성맞춤.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제 10회 김제지평선 축제’ 도 열린다. 이 축제는 농경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4년 연속 최우수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행사장인 벽골제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연행사와 전통문화 및 농촌 가을걷이 등 농경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져 벼 수확과 탈곡 및 방아찧기, 새참먹기 등 농촌 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벽골제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믿음으로 귀의하는 절집 ‘귀신사’ … 소설 ‘숨은 꽃’ 속 그 곳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양귀자의 소설 ‘숨은 꽃’ 의 배경지는 금산면 청도리에 있는 귀신사다. 믿음으로 귀의한다는 의미의 귀신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비구니사찰. 양귀자는 소설에서 귀신사를 두고 ‘우선 이름으로 나를 사로잡고, 영원을 돌아다니다 지친 신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 라 표현했다. 이름에서도 버뜩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참으로 오묘한 절집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속에서의 귀신사는 감나무 마다 주렁주렁 감이 매달려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날의 모습이다. 굳이 가을에 찾지 않더라도 쉴새없이 붉은 꽃들을 피어내는 배롱나무로 뒤덮인 여름날 귀신사의 정취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맞배지붕 형태의 대적광적 안에는 거대한 비로자나불이 객을 맞는다. 역시 같은 지붕형태의 명부전 뒤로는 고려시대에 건축된 듯한 3층 석탑과 석수를 볼 수 있는데, 특히 석수는 서쪽으로 보고 납작 엎드린 돌사자 위에 정교한 남근석주가 꽂혀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 망해사
진봉면으로 가는 702번 도로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절집. 만경평야의 지평선 끝자락,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바닷가 사찰 망해사가 서 있다.

망해사 범종각
스님의 거처로 쓰이는 낙서전  푸른 녹음에 휩싸인 언덕길을 올라 만나는 망해사는 그저 ‘쏴아악’ ‘쏴아악’ 바람소리, 새 소리만 이따금 가늘게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642년 백제 의자왕 때 세워진 만큼 오랜 역사에 가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규모는 초라하다.

고작 법당 겸 스님의 거처로 사용된 낙서전과 큰 노송나무 두 그루, 범종각이 전부다. 허나 바다가 확 트인 전망은 어느 곳에 비할 수가 없다. 넓게 뻗은 갯벌을 따라 멀리 고군산열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낙서전 바로 앞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범종각, 바로 이곳에 걸리는 낙조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멀리 바다 위에 고즈넉이 걸린 심포항이 아른거린다.

심포항은 싱싱한 해산물과 넓은 개펄로 이름이 높았다. 허나 새만금 사업이 시작되면서 과거의 영화는 온데 간데 없고 큰 자물쇠로 입을 막아버린 가게들, 생업을 잃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외로운 심포항. 정박한 배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배들 사이로 늬엿늬엿 해가 지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바다에 곤두박질친다. 언젠가 다시 꺼내보더라도 오롯이 기억될 만큼 찬란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심포항의 여름밤. 숨이 막힐 듯 온통 붉은 빛이다. 행복해진다.

 <여행 즐기기>
◎ 벽골제, 조정래아리랑문학관 찾아가는 방법
1) 호남고속도로 서전주IC에서 김제시내통과, 정읍방향 (소요시간 30분)
2)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 IC에서 김제우회도로 경유, 정읍방향(소요시간 20분)
* 벽골제 문의 : 063-540-4986
* 조정래아리랑문학관 문의 : 063-540-3934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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