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멀미의 기억마저 반 넘어 지워진 항해일지 위에서 시간은/ 툭, 툭, 맥없이 심을 부러뜨린다.

/ 삐걱대는 회한만 버릇처럼 바다를 향해 체머리 흔들고/ 무표정한 수면은 아직 숨 덜 끊어진 선창을/ 비대칭으로 허물고 있다.

” 시인 배성희씨의 시 ‘폐선’의 일부다.

배성희씨는 폐선이 방치돼 있는 항구, 해질 무렵의 재래시장, 흉년의 과수원, 비린내 젖은 바닷가 어물전 등 시가 머물고 있는 척박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그의 언어로 만든다.

배씨의 시집 ‘그들의 반란’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시들로 가득하다.

‘파장’·‘옥수수수염’·‘이누이트, 나의 연인’·‘새벽’ 같은 시들이 그러하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는 총 60편. 1부 ‘그들의 반란’과 2부 ‘아이의 숲은 늙지 않는다’로 나눠 아름다운 서정시와 사회 비판시 등 거침없는 그녀의 표현력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흔하게 볼 수 없는 산문시가 많다는 점. 시적 감수성을 좀더 새롭고 뜨겁게, 아프게 빚어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배씨는 2003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등단해 현재 ‘열린시문학회’ 회원과 ‘다울문학’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김찬형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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