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공식 해제함에 따라 정체돼 있던 북핵 국면이 활기를 찾을 전망이다.

미국은 국무부는 12일 0시(한국시간·현지시간 11일 오전 11시) 북한이 모든 핵 검증 요구를 수용했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방침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특히 검증 체제 마련을 위한 '검증의정서'와 관련해 북·미간 이견을 빚어왔던 것에 대해 북한이 '모든 것'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검증이 핵 신고서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미국이 주장하는 사실상 '특별사찰'에 해당하는 '국제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은 6자회담 합의 내용을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주권침해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지난 1일~3일 북한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서울로 귀환한 뒤 방북 결과를 브리핑하며 북한과 검증과 관련해 '실질적인' 협의를 했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이 한 발짝 양보하는 '분리검증안'이 제기된 것으로 관측돼왔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 10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우선 신고서를 중심으로 검증 작업을 하고, 이어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등에 대한 검증은 한꺼번에 일괄적으로 할 수 없어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검증 작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임을 시사했다.

분리검증은 북한이 지난 6월26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한 신고서를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UEP 및 핵 확산 의혹, 과거 핵 활동을 알 수 있는 시료채취 및 미신고시설 등에 대한 검증은 6자간 합의를 거쳐 진행하는 방식이다.

단, 모든 핵시설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 모든 핵시설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아울러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 불능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이 마무리하지 않은 3가지 불능화 조치에 대해서도 빠른 속도로 완료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불능화 작업을 시작, 전체 11개 조치 중 8개를 완료한 상태다.

마무리되지 않은 3가지 조치 중 ▲사용후 연료봉은 4740개 제거 완료 ▲핵연료봉 구동장치는 사용후 연료봉 제거 후 바로 조치 가능 ▲미사용 연료봉은 미국의 행동조치에 따라 이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7월12일 베이징 수석대표 회의에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10월말까지 완료키로 합의한대로, 불능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써의 대북 지원도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중유 및 비중유 등 대북 지원은 현재 49%정도 완료된 상태다.

이와 함께 이르면 이달 안에 6자회담이 개최돼 비핵화의 마지막 과정이자 가장 난관이 예상되는 3단계 진입을 선포할 것으로 관측된다.

3단계는 모든 핵 프로그램 포기와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으로 사실상 북한이 핵 보유 및 보유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 장관은 지난 10일 6자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 "현재로서는 어떠한 전망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해 북·미간 논의한 것을 6자 차원에서 합의하고 6자회담 프로세스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희망했다.

그는 특히 "미국 대선을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 2단계를 종료시켜야 차기 미국 행정부가 6자회담 프로세스를 이어가기 쉬울 것으로 본다"며 조만간 6자회담이 개최돼야 함을 천명했다.

6자회담이 개최되면 마무리된 조치들을 규정하는 한편 검증 방법 및 절차, 대상 등을 문서화하고 3단계에서 실질적인 검증 작업을 벌여 나가게 된다.

하지만 북핵 외교가는 6자회담 진행에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질적인 검증 진행과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시설을 폐기하는 협상이 가장 어려운 것은 물론, 6자회담 참가국간 국익을 위한 행동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중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조건부 승인'이라는 점은 북한이 핵 검증 원칙에 얼마나 부합하게 행동하느냐가 향후 6자회담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이 납치자 문제 등 북·일간 현안 문제를 이유로 테러지원국 해제 반대를 비롯해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난관으로 꼽힌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의 이날 전화협의에서 '6자회담의 목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것'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고든 존드로 대변인의 전언은 일본이 우선은 6자회담 틀 내에서 의무와 권리를 다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 측은 미국 내 대북 강경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향후 6자회담 진전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득해 나가는 데에도 진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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