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황금시간대 드라마들이 너도 나도 스페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분위기다. 14년 만에 돌아온 MBC TV 수목 메디컬 드라마 ‘종합병원2’도 대세를 따랐다.

스페셜 방송의 선구 격인 MBC TV ‘태왕 사신기’때만 해도 방송 전 특집은 파격 편성이었다. 사전 바람몰이, 스페셜 호객행위가 제대로 통했다. ‘스페셜 방송을 하다니 대작은 대작이로구나’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었다.

이후 SBS TV ‘식객’이 따라했다. ‘식객 미리보기’란 이름으로 애피타이저를 준비했다. 후발주자들의 숙명과도 같은 “따라했다”는 욕을 먹기는 했지만,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MBC TV ‘에덴의 동쪽’도 스페셜 방송 대열에 합류했다. 호화 출연진, 제작비 수백억원 등 스페셜 방송의 조건들을 갖추고 '스페셜 방송’을 편성했다. “전파 낭비”, “대놓고 자사 프로그램 홍보한다”는 힐난이 집중됐다. 같은 현상이 3번 이상 반복되면 분석거리가 된다.

곧이어 KBS 2TV 수목 고구려 드라마 ‘바람의 나라’가 ‘미투’를 선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혜교, 현빈의 KBS 2TV 월화극 ‘그들이 사는 세상’이 스페셜을 내보냈다. 두 드라마는 황금시간대 KBS 채널에 포진해 있다.

잦은 스페셜 방송은 ‘스페셜’이 의미하는 비범함을 스스로 깎아내렸다. 특집, 스페셜이 주는 아우라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사는 세상’은 스페셜 방송까지 내보냈지만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의 시청률 성적도 중간 정도다.

과거 시청자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스페셜 방송을 보면서 ‘대작 드라마’를 연상했다. 인기 드라마가 끝난 뒤 으레 스페셜 방송으로 이어진 선례가 사전 스페셜 방송에도 적용됐다. 특집 방송만 보고 드라마의 규모를 가늠했던 시청자들이 ‘스페셜’ 미끼에 많이 낚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파블로프의 개’ 공식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지경까지 왔다. 종 소리를 들려주며 꾸준히 밥을 준 뒤 종 소리만 듣고도 침이 고이는 현상은 일시적이다. 밥도 안 주면서 종만 여러번 치다보면 공식이 통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

최근 사전 스페셜 방송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전파를 탔다. 8월25일 ‘에덴의 동쪽’, 9월4일 ‘바람의 나라’, 10월21일 ‘그들이 사는 세상’이 태어나자마자 생일상을 얻어 먹었다. 이번에는 11월16일 ‘종합병원2’가 방송된다. 생일파티만 한 달에 한 번 봐야 하는 시청자들이 지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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