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호의 '안방마님' 경쟁이 불붙었다.

'아시안컵 음주파문' 징계에서 벗어난 이운재(35, 수원)가 대표팀에 복귀함에 따라 기존 주전 골키퍼 정성룡(23, 성남)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골키퍼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 등에 비해 다소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축구에서 골키퍼는 단순히 슛을 막는 역할 뿐만 아니라 상대 공격패턴에 맞춰 수비라인을 조율하고 골킥 상황에서 이상적인 공격루트를 향해 공을 배급하는 등 전천후 역할이 요구되고 있어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는 20일 리야드 킹 파하드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이 조1위 싸움 뿐만 아니라 한국의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수 일선 뿐만 아니라 골키퍼의 활약 역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지난 1월30일 칠레와의 평가전을 계기로 성인무대에 데뷔한 정성룡은 그동안 안정된 방어력으로 김용대(29, 광주), 김영광(25, 울산) 등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3차예선에서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 10월15일 아랍에미리트(UAE)전까지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다.

하지만 2002한일월드컵부터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2007까지 부동의 안방마님으로 군림했던 이운재가 복귀함으로써 이들은 피할 수 없는 일전을 치러야 할 판이다.

띠동갑인 이들의 연차에서도 드러나듯이 정성룡과 이운재의 맞대결은 '패기'와 '경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박성화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의 골문을 지키며 두각을 드러낸 정성룡은 그해 포항스틸러스의 우승에 일조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정성룡은 대표팀 소속으로 11번의 A매치(국제경기)에 나서 단 6골을 실점, 경기당 평균 0.55골의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한다.

후반기 K-리그 들어 소속팀 성남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정성룡은 리그와 컵대회 등 14경기에 출장, 10골(평균 0.71골)을 내주는데 그치는 등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소화해내고 있다.

189cm, 85kg으로 골키퍼로서는 이상적인 체격을 갖춘 정성룡은 민첩한 몸놀림과 정확한 위치선정, 공중 장악능력 등이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상대 수비진 뒷공간을 노리고 연결하는 골킥은 일품이라는 평가다.

정성룡은 "(이운재의 복귀에 대해)특별한 느낌은 없다.

대표팀에서 같이 생활하는 동안 수비를 지휘하는 방식이나 경기를 치러온 노하우 등을 보고 배우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대표팀에 입성한 이운재는 1994년 3월 5일 미국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2007년 7월 28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안컵 3, 4위전까지 무려 109번의 A매치에 나섰다.

비록 1998프랑스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1994미국월드컵에서 독일과의 본선 조별리그 3차전 후반전에 최인영을 대신해 골키퍼 장갑을 낀 것을 비롯해 2002한일월드컵 4강, 2006독일월드컵 본선 출장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마지막 국제대회였던 아시안컵에서는 이란(8강), 이라크(4강), 일본전까지 3경기 연속 무실점에 이어 승부차기에 나서는 등 눈부신 선방을 펼쳐 한국이 3위에 오르는데 공헌, 대회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이운재에게 예전과 같은 기량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3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그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성룡과 이운재는 오는 12일부터 시작될 대표팀 현지훈련부터 선의의 경쟁을 시작, 15일 오전 열리는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전망이다.

골키퍼는 다른 자리에 비해 선수의 이동이 적은 포지션이어서 이번 대결은 앞으로 이들의 대표팀 행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신구대결은 19년 만의 사우디전 승리를 통해 남아공으로 가는 길의 윤곽을 잡으려 하는 허정무호를 지켜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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