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동(38) 감독은 온갖 색깔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 공포, 감동,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꿰뚫고 있다. 데뷔작, 차기작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민규동’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세 번째 작품 ‘앤티크-서양 골동 양과자점’으로 쐐기를 박을 작정이다.

민 감독의 작품 세계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공포영화 ‘여고괴담 2’, 옴니버스 로맨틱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한 감독 작품이란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동성애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트라우마를 다룬 ‘앤티크’에서도 색다른 시도를 보여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연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감독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학력이 민 감독을 일부 설명한다. 남들이 알아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전공과는 무관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민 감독은 “영화를 하면서 연상되는 게 없는데, 아직도 나를 설명하는 데 대학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뮤지컬과 춤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신림동 황금 허리’란 별명으로 통했을 정도다. 11월에 반팔을 입고 돌아다녔을 만큼 에너지가 차고 넘쳤다. 그러다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영화를 더 배우기 위해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연출을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인생 자체가 반전의 연속이었다. “내가 경제학과에 간다고 했을 때도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춤을 출 때도 맨 뒤에 앉아서 절대 나서지 않는 친구가 의아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연극할 때도, 갑자기 단편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도 다들 놀라워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청년 시절 경험들이 민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확인된다. 신선한 이야기들을 참신하게 풀어 노련하게 이슈로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계속해서 반전 같은 영화들을 찍어내며 연출 스타일을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굳이 공통점을 찾아낸다면 ‘동성애’ 소재가 꼭 들어간다는 점이다.

민 감독은 조금씩 대담한 방식으로 ‘동성애’에 접근했다. 관객들이 갑작스러운 문화 충격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스크린 속에 ‘동성애’를 구현해냈다. ‘여고괴담2’에서 여고생들의 미숙한 동성애를 그렸다면, ‘앤티크’에서는 노골적으로 ‘게이’를 언급하며 동성애를 설파한다.

‘민규동=동성애자’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도 “게이 영화 전문감독 아니냐, 커밍아웃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웃는다. “난 아내도 있고, 딸도 있는데…”라며 억울해 하기도 한다.

그래도 동성애자를 불편하게 여기는 세상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하고 싶다. “이성애 영화가 많지만, 왜 남녀 커플이 나오지? 질문하지 않지 않느냐”면서 “게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투표권을 가진 지 100년도 안됐지만 아무도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동성애도 그렇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어차피 도래할 것이라면, 그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는 비밀일 수밖에 없고, 비밀은 상처를 만들기 마련이다. 상처는 극복하려는 의지와 함께 성장통을 주는데 그 치료는 행복과 구원으로 연결된다”면서 ‘앤티크’를 연출했다. “게이란 단어조차 쓰지 않고 호모 섹슈얼러티의 존재도 몰랐던 무지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무지함이 엄청난 폭력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그것들에 대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민 감독은 끊임없이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갈 ‘지(之)’자 작품 세계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다음 영화는 장르 영화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SF도 해보고 싶다”면서 탱탱볼이 튈 방향을 살짝 알려줬다.

‘앤티크-서양 골동 양과자점’은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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