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지역 경주 김씨 반가(班家)에서 전해지는 ‘태격(太擊)’은 유교의 성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무예다.

현재, 김제 성덕에 위치한 학성강당을 중심으로 한 경주 김씨 집안의 학맥은 율곡학파에 닿아 있으며 태격은 지금도 전승 방법을 유교 경전 학습을 통한 도덕 함양에 두고 있다.

김제시는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통가전무예 ‘태격’에 대한 가치를 재발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태격 발굴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대회를 통해 ‘태격’의  위상을 제고시켜 전북도민은 물론 국민들의 태격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향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및 국책사업으로 유치, 전북을 전총무예 산실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다.

태격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특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첫째, 태격은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반가(班家)의 가전무예이다.

그동안 한국무예에는 가전무예의 존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사회가 문치주의 사회였고, 개인의 발신을 위해 문보다 무를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태격은 김제지역의 양반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집안 무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태격이 가전무예로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학을 공부하면서 심신의 조화를 위한 수련방식의 하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서를 연마한 후에 태격을 수련함으로서 공부방법론을 실천해온 것이다.

이는 정신만을 강조해 온 우리의 문화적 기반에서 볼 때, 좋은 교훈을 준다.

태격에서 심신을 함께 기르는 방식이 향후 한국사회의 새로운 공부론의 모델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태격은 이기일원론의 율곡 사상에 뿌리를 둔 무예이다.

현재, 그동안 한국무예의 한계는 무술의 철학화 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통무예 태격은 이기일원론의 율곡 사상에 기초하여 이가 기를 통해 발한다는 원리와 기의 조절을 통해 무궁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상에 근거 하고 있다.

기의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무한한 변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태격의 중요한 사상적 배경이 된다.

  경주김씨 집안에서 내려오는 ‘천하태격대보도’에는 이기론과 심성론에서 율곡학파의 특징인 일원적 사고가 잘 드러나 있으며, 공부의 출발점도 입지를 강조하고 있고 목표는 성인에 두고 있다.

또한 四書를 읽혀 기질을 바로잡으면서 무예를 익히게 함으로써 이이가 강조한 마음의 수양과정을 몸 수련을 통한 과정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따라서 ‘천하태격대보도’에 율곡의 사상이 핵심적으로 담겨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셋째, 태격은 내공법과 외공법을 겸비한 무예이다.

몸을 기르는 방법에는 몸 안의 기운을 기르는 내공법과 몸 밖의 힘을 기르는 외공법이 있다.

보통의 무술들은 외공법에 수련의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동양의 한중일 무술에서 특히 한국무술이 크게 구별되는 점은 바로 내공법 수련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무술에서 내공법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것은 내공법 자체가 없음이 아니라 무술에서 내공법의 운용을 크게 활용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물론 무술과 연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양생이나 단전 등은 발달했으나 무술 수련에 활용한 사례는 현재까지는 크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다행이 태격은 그 수련과정에서 내공법에 기초한 외공법 수련을 취하고 있어 한국전통무예의 한계를 잘 보완하는 특색을 보인다.

  넷째, 태격은 지역성에 토대한 농촌지역에서 발달한 민간무예이다.

김제지역은 예로부터 만경평야의 넓은 농토가 있는 지역으로서, 벽골제에서 알 수 있듯이 드넓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문화가 축적되어 왔다.

이 넓은 땅을 짓기 위해서 힘을 쓰는 장사가 일찍부터 출현했다.

넓은 평야를 농사짓는 것이 실제로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역사 속에서 농촌에서 7월15일을 머슴날이라 하여 백중날을 쉬게 한 점과 함께 씨름, 들 돌들기, 태껸 등의 힘겨루기가 발달하게 된 까닭은 농사를 짓는 장사들을 우대하고 독려하며, 장사의 선발을 통한 넓은 지역의 농사 짓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담기 위한 방식이었다고 보여진다.

김제에 태격이 출현하고 장사가 많이 나며, 고려시대에 두경승, 극진가라데를 창시한 최영의와 같은 인물, 태권도에서 지도관 출신들이 이곳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곳의 발달된 무예문화를 잘 대변한다.

태격이 지니고 있는 농촌의 씨 뿌리고 땅 덮는 형태의 발질과 지게질의 원리에 입각한 균형, 한 발에 의한 몸의 균형성 자세 등은 지역성과 민간의 생활양식이 반영된 형태의 무술동작이다.

/김제=김종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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