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의 경영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자본금 잔고증명이 사실상 편법 대출을 통해 유명무실해지면서 부실기업의 난립과 사채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도내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산업 기본법에 따라 건설사는 연말까지 결산을 맞춰야 하며 토목은 토·건 12억원, 토목공사업 7억 원, 건축 5억 원, 전문건설은 2억 원의 자본금을 예치해 잔고를 증명해야 한다.

자본금을 맞추는 이유는 공사수주(입찰)를 위한 경영상태 평가 항목 중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경영상태 평가 점수가 미달되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다음 한 해 동안 관급공사의 입찰이 제한된다.

때문에 요즘 건설사들은 경영상태 평가를 위한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려있다.

연초부터 원자재가격과 기름값 폭등, 수주물량 감소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려 온 건설사에겐 당장 시급한 유동성의 위기인 셈이다.

각 업체마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다방면으로 금융권 대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걸친 부실 평가로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고리의 사채를 통해 연말 건설사 재무제표상 자본금을 맞추려는 관행이 올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채업자가 건설사의 통장에 자본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는 1억 원당 하루 100만원 이상. 보름 남짓한 기간, 자본금 증명을 위해 건설사로부터 사채업자에게 흘러 들어가는 고리는 업체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한다.

때문에 업계는 부실기업 퇴출이란 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경영평가 방법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협회 전북도회 관계자는 “비교적 견실한 업체라도 최근 수주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는 데 연말까지 결산을 보기 위해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일시적인 잔고증명보다는 평상시의 실거래 내역으로 자본금을 증명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준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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