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들' 이근호(23, 대구)가 사우디전 19년 연속 무승의 치욕을 날려 버렸다.

20일 오전 1시35분(이하 한국시간) 리야드의 킹 파드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에 선발출전한 이근호는 후반 32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결승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근호는 지난 10월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득점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최종예선 2차전 2골, 이날 득점까지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허정무호의 '대표킬러'로 자리잡았다.

이근호의 천금같은 득점으로 한국은 지난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최종예선 2-0 승리 이후 이어온 사우디전 19년 연속무승의 아픔을 상대의 안방에서 씻어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날 경기에서 이근호는 정성훈(29, 부산)과 투톱으로 나서 사우디의 포백에 맞섰다.

이근호는 전반 초반 오른쪽 측면에서 이청용(20, 서울)이 이어준 패스가 사우디 수비진에게 차단당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그러나 이근호는 전반 33분 사우디 수비진 2명의 마크를 따돌리고 골키퍼 왈리드 압둘라와 1대1 상황을 만드는 등, 서서히 감각을 끌어올렸다.

전반전 사우디 수비진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이근호는 후반전 들어 활발한 움직임으로 한국 공격의 물꼬를 텄다.

후반 12분 스트라이커 나이프 하자지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전반전에 이어 또다시 경고를 받아 퇴장당하자, 사우디는 수비 숫자를 늘리며 경기를 무승부로 이끌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32분 사우디 진영 왼쪽 측면에서 전개된 공격에서 이영표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받은 박지성이 연결해준 패스를 문전 혼전 중에 있던 이근호가 포기하지 않고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이근호는 이날 득점으로 그동안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3경기에 출장했던 이근호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카메룬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뭇매를 맞았고, 이탈리아,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도 부진한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이근호는 후반기 K-리그에서 대구의 공격축구를 이끌며 부활을 알렸고, 이날 경기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사우디 수비진을 흔드는 등, 지난 날의 아픔을 씻어내기에 충분한 활약을 보였다.

그동안 이근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허 감독 역시 앞으로 남은 최종예선 일정 동안 이근호를 선발출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호는 "그동안 내게 따라다닌 '국내용 선수'라는 지적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대표팀 발탁을 통해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중동원정의 '해피엔딩'을 이끌어낸 이근호가 이번 활약을 바탕으로 남아공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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