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시인
시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젊은 시인 박성우씨(37). 그가 이번엔 동시집을 들고 나왔다.

이름하여 ‘불량꽃게(문학동네 刊)’. 어린이 입맛에 딱 맞는 앙증맞은 어투와 전라도 사투리가 맛깔스럽게 어우러져 잘 차린 밥상을 받은 기분이 든다.

뿐 아니다.

그간 어린이문학에서 금기시돼온 ‘성(性)’ 문제를 전격적으로 수용해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도 흡사 도발적이다.

생리를 시작하고 유방이 커지고 성기가 발기하는 등 유년과 성장의 통과의례에 대해 서슴지 않고 얘기하는 것 역시 젊은 시인만의 패기와 도전정신이 깃든 발견의 결과물임은 불문가지. 독특한 구조를 지닌 시 ‘거미’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가 동시에 관심을 두는 것은 2006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르긴 해도 늦은 결혼과 유사했을 것이다.

그 참에 그는 한국일보 신춘문예까지 꿰차면서 동시까지 아우르게 된다.

“느낌이 오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동시만 쓰지요. 아이들 눈처럼 정직한 게 어딨어요. 아이들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행복하지 않을 리 없을 겁니다.

또 어른에겐 발견의 재미를 줍니다.

그것은 세상을 알아가는 발견의 과정이고,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발견의 기쁨’이지요.” 그의 동시는 슬픔과 웃음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맑은 따뜻함과 슬픈 외로움이 한꺼번에 얼비치는 연유로, 곱씹어 읽을수록 그 맛이 더 진하게 퍼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발견과 도전과 실험정신이 돋보인다는 점은 이 시집의 매력포인트. 시편과 똑같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가난과 슬픔의 가족사를 진솔하게 녹여낸 동시들은 쓰라리게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어요/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내 방 창문에 따악 붙어 있었지요/ 청개구리 올라온 걸 보니/ 비가 많이 오려나 보네,/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청개구리를 떼어 내/ 꽃사과나무 밑에 놓아주려 했어요/ 엄청난 비바람에 떨어지면 다치니까요/ 그런데 청개구리 잡으려고/바짝 다가가서 보니/ 꽃사과나무 이파리였어요….” (동시 ‘청개구리’ 전문) 화가 신철의 그림을 책 속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즐거움에 한가지. 자유로움과 거침없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의 그림에서는 원형적인 순수함이 가득 배어난다.

마치 “처음부터 한편의 시화였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 안에 숨은 뜻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읍에서 태어난 시인은 원광대와 동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으며 신춘문예 등단과 함께 문단에 들어왔다.

시집으로는 현재 ‘거미’와 ‘가뜬한 잠’ 등 두 권이 나와있다.

늘 새로운 발견과 시심으로 생이 고단한 이를 위로하는 시인. 사물의 이면을 간파하고 껴안고 묘사하는 능력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시인. 겨울이 몸서리치도록 스산해질 때 그가 펼쳐내는 동심에 푹 빠져봐도 좋을 듯 싶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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