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물가하락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은 가운데 기업 활동 위축으로 신규 일자리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조만간 7%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중국의 경우 도시 실업률이 4.5%를 기록하는 등 국가의 경제수준을 막론하고 노동인구 대비 일자리가 부족해 사회가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부는 올 3분기 청년층 미취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했다.

◇‘청년백수 100만 시대’ 현실로 노동부가 발표한 ‘청년층 노동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15~29세 국민 중 구직단념자, 실업자, 취업준비자, 유휴인력 등을 가리키는 취업애로층 인구는 지난 3분기 101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2003년 90만 명이던 취업애로층은 2005년 102만 명, 2006년 104만 명까지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99만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산업 전반적으로 부실징후가 감지되면서 청년백수는 매 분기마다 100만 명 이상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들이 대규모 공개채용보다 소규모 상시채용을 애용하고 신입직보다 경력직을, 새로 사람을 뽑기보다 내부 인원의 직무이동을 선호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취업애로층이 두꺼워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있는 사람 챙기기도 힘들어” 올 하반기에는 특히 채용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 보류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업종별로는 금융, 자동차, 건설, 공기업의 채용 백지화가 눈에 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커리어에 따르면 GM대우가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취소했으며 현대기아자동차 및 한국타이어도 하반기 채용을 유보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면접심사까지 했다가 최종적으로 전원 불합격처리 했으며 삼성전자는 채용 후 입사 일정 통보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사정도 좋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250명을 뽑았으나 올해는 100명만 채용했으며 동양종합금융증권, 삼성증권도 각각 채용을 축소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채용을 아예 취소했고 현대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은 채용을 무기한 연기해 금융계 취업희망자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이밖에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30여개 공기업들은 이미 예정돼 있던 채용계획 인원 중 무려 1752명이나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국전력이 하반기 채용예정(420명) 계획을 전면 취소했으며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관광공사는 2년째 채용계획이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하다.

커리어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하반기 경영활동 어려움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국내 중소기업의 30%가 예정대로 채용을 진행하지 못했으며, 또 다른 중소기업 30%정도는 오히려 인력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9월 인크루트의 하반기 채용전망을 살펴보면 2008년 하반기 채용에 나선 상장기업(45.6%)은 절반도 미치지 못했으며 이는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집계됐다.

◇내년 취업시장 더 어둡다…구직자 “올해 올인”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채용 한파가 올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가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보통 경기보다 한 발짝 늦게 현실화 돼 경기후행지수로 분류되는 채용시장(실업률) 특성상 현재의 경기침체가 오히려 내년에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경제를 예측하기 어렵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도 강해 무조건 비관할 수 없지만 지금의 어려움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내년 채용시장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든 올해 안에 취업해야 한다는 불안의식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취업 커뮤니티 카페 ‘취업뽀개기’에 올라오는 구직자 글을 보면 “무조건 올해 취업해야 한다”, “하반기에 올인하겠다”, “내년에 더 힘들어질 거 같아 반드시 올해 취업하길 바란다” 등의 내용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커리어 관계자는 “당장의 취업을 회피하기 위해 도피성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사람이나 취업 대신 창업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취업하는 유(U)턴자도 많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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