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증후군










대박 증후군

로또복권이 판매 6주만에 복권사상 최고 당첨금을 내는 등 최근 각종 복권들이 ‘인생역전’을 미끼로 서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는 복권 당첨금액이 이제 몇 십억이 예삿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국민은행은 국내 복권사상
최고액 당첨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구매자가 스스로 번호를 정하고, 당첨자가 없으면 이월되는 방식 등으로 출시 직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복권은 벌써 국내 복권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했다고 한다. 복권에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이 정도면 솔깃한 마음이 동하게 마련인 법. 한때 주택복권이
우리 서민들의 가느다란 희망으로 자리잡아 5천만원짜리 집 한 채 장만하면 동네잔치에 인생이 뒤바뀌는 줄 알고 있었다. 또 국민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아이엠에프를 겪었던 우리 소시민들에게 대박의 꿈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희망찬 일이다. 계미년 새해를 맞으며
온 가족이 함께 정성어린 소망을 빌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어렵게 살던 사람에게 ‘대박’의 행운이 돌아갔으니 그나마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지난 아이엠에프 당시만 해도 빌린 돈으로까지 주식에 투자하여 몽땅 날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던 기억 속에서도 꿈은 곧 희망이 되고 희망은
삶을 사는 재미가 되는 것 같다. 이 재미가 지나쳐 도박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건전한 ‘투자’는 기대를 부풀게
하고 삶에 활력을 더하지 않을까 한다. 작년의 월드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던 우리 국민의 염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외국의 사례를 보면 백만장자가 다량의 복권을 구입하여 당첨확률을 높인 나머지 거액의 당첨금을 타내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어디에든 상존하는 모양이다. 항상 노동의 대가를 먹고사는 서민들에게는 하루 하루를 연명하며
그나마 자리를 지키는 일도 어려운 현실이다.

고용감축에 연봉제니 구조조정이니 하여 힘없는 노동자들이 젊음을 불태웠던 직장에서 내 몰리고 그도 부족하여 인력회사에 용역회사에 의지하다보니
노동력이 착취는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주변의 정세가 어수선할 수록 ‘한탕’이니 ‘대박’은
지워지지 않는 단어가 되는 것 같다.

지금도 복권방에서는 ‘대박’을 긁으며 우리네 삶을 선택하고 있다. 선택형 삶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즐거운 상상은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분명 활기찬 미래를 보여주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일상의
탈출을 기도하며 일터로 간다.

 

류경호/ 창작극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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