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당시 빨치산의 마지막 근거지였던 순창 지역에서 국군과 경찰이 130여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여성과 어린이가 있는 집에 불을 질러 가족을 몰살하거나, 전투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희생 민간인의 귀를 자르는 만행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규명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8일 ‘순창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조사를 통해 이 지역에서 지난 1950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 사이에 국군과 경찰의 공비토벌과 빨치산 거점 제거 과정에서 최소 129명 이상의 민간인이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된 사실을 규명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51년 3월 쌍치면 탕곡리에서는 국군이 장티푸스를 앓아 피난을 가지 못하고 집안에 남아 있던 일가족 5명을 사살하거나 움막과 함께 불에 태워 죽였다.

또 국군이 14세, 11세, 9세, 7세의 어린 4형제를 포함한 일가족과 장티푸스에 걸려 거동을 못하는 주민 등 피난을 가지 못하고 마을에 남아있던 주민들을 오봉리 곡골, 마을 모시밭 등지로 끌고 가 사살한 사실도 규명했다.

조사 결과 생존자 조모씨는 “나는 총을 두발 맞고 쓰러져 있었다.

군인들은 내가 죽은 줄 알고 내 오른쪽 귀를 잘라갔다”라고 진술, 전투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귀를 자르는 잔혹성을 보였다.

이후 군경은 1950년 12월 빨치산을 색출한다는 이유로 순화리, 백산리 등지의 마을 주민 수십 명을 ‘빨치산 협조자’라는 이유로 사살하고, 동계면에서도 국군 공비토벌작전을 피해 도망가는 어린이와 임산부를 사살하고 마을을 수색해 피난을 가지 못하고 남아있던 주민 중 7명을 남산 밑 하천변으로 끌고 가 집단 사살했다.

이외에도 팔덕면과 복흥면, 쌍치면 운암리 등지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을 집단 사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가 전시 수복 과정의 혼란기였을지라도 군경이 적법한 절차 없이 비무장․ 무저항 상태의 민간인을 집단 살해한 것은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및 군인과 경찰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이강모기자 kangmo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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