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점쟁이가 “썩 물러가라! 썩 물러가라!” 하면서 칼을 던질 때마다, 새색시는 연신 무언가를 비웃듯 큰소리로 괴상한 괴성을 지르며 호호호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러면서 차갑게 눈을 싹싹 흘겨대는 것이었다.

가소롭기 그지없다면서 얕잡아 보는 눈흘김이다.

함부로 덤벼들지 말라는 눈치다.

요귀가 요사스럽고 간사한 기운을 내뿜으며 얄궂게 웃어 보이는 듯했다.

점쟁이 너 하는 짓이 가소롭기 그지없다는 이야기다.

 점쟁이로서는 내심 정이 삼천리나 떨어질 지경이었다.

자기를 얕잡아 본다? 자신을 가소롭게 여긴다? 점쟁이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속이 바싹바싹 타 들어 갈 일이었다.

그런 점쟁이가 길길이 뛰면 뛸수록, 그런 점쟁이가 괴괴망칙한 짓을 하면 할수록, 새색시는 “호호호! 호호호!” 하며 재미있다는 식으로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돌연 점쟁이에게 덤벼들어 “이 멍청한 년아, 여차여차 해보라고!” 하며 호통을 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한번은 벌거벗은 몸으로, 궂을 하고 있는 남자 점쟁이 위에 올라타고 앉아 내 젖이나 빨아 먹으라고 쥐어 패는 바람에 일순 굿판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고 만적도 있었다.

그런 새색시가 “썩 물러가라. 썩 물러가라”하며 칼을 던지는 여자 점쟁이 정도를 무섭게 여기겠는가. 여자 점쟁이는 이미 기가 죽어 있었다.

야코가 죽어 있었다.

이것이 남 모르는 영계의 흐름이요 질서라 하겠다.

벌써 처녀 점쟁이는 포기 상태에 젖어있었다.

기가 죽어있는 상태로는 더 이상 굿을 하기 힘들리라 본다.

그러자니 묶여있던 장닭만 연신 쥐어 팰 뿐이었다.

장닭만 “꼬꼬댁 꼬꼬댁”하며 사람 대신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한편 식구들의 속도 숯검정처럼 새까맣게 타 들어 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틀렸다는 것을 지레짐작 알게 된 것이다.

끝내 점쟁이도 손을 들고 마는 것이었다.

도무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 줄행랑을 치고 마는 것이었다.

식구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얼마 동안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다만 벌거벗은 새색시만 마당에 널려있는 굿판에서 자리를 퇴한 점쟁이 대신 춤을 추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점쟁이를 물리쳤다는 의기양양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편이 그런 아내를 쥐어패듯 하며 방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때서야 식구들도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힘이 탈진한 상태로나마 굿판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이때가 가장 힘든 모양이었다.

굿판을 준비할 때면 무언가 간절한 소망에 의하여 온갖 정성이 다 들어가면서 없던 힘도 생기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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